2일 열린 미국 대통령 선거가 베트남전이이슈가 됐던 지난 1968년 이래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등 유권자들이 최소 1시간에서 4시간까지 줄을 서서 기다리는 불편을 감수하고 기여코 투표에참여한 데 대해 미국의 언론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ㆍ민주 양 진영은 새로 등록받은 지지자들만 각각 430만명이넘을 정도로 엄청난 유권자 등록운동을 편데 이어 장소를 가리지 않고 가가호호 방문을 통해 투표를 독려했다. 미국 유권자들이 당파적으로 양분된 상황에서 벌어진 이같은 노력 때문인지 이번 선거 투표자는 4년전 보다 1천250만~1천600만명이 많은 1억1천750만~1억2천1백만명에 투표율이 58~60%에 이를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는 그러나 이같은 두 후보 진영의 노력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1960년대 '투표권 운동' 양상과 함께 이른바 스타들이 부시 대통령 낙선을 위해 총동원하는 이례적인 현상까지 맞물려 작용하고 있다. 유권자 등록운동은 4년전 선거에서 특히 플로리다를 중심으로 흑인들이 공화당의 조직적인 방해로 제대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위기 의식이 민주당내에서팽배하면서 펼쳐졌다. 또 마이클 무어 감독, 록스타 브루스 스프링스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와 유명인들이 대거 '반부시' 캠페인에 나서면서 케리 후보를 위한 모금운동, 유세장 군중 동원에 이르기 까지 총체적인 공세가 이어졌다. 여기에 '무브온 닷 오그'와 같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외곽단체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선거판 분위기는 정당간 대결에서 벗어나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가치관 논쟁으로비화됐다. CNN은 이날 오후 투표자들을 상대로 조지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각각 찍은 이유를 물어 이들의 표심을 알아봤다. 조사결과 케리 후보 지지자들은 첫째로 부시 대통령의 경제에 대한 불만, 이라큰 전쟁을 꼽은 반면 부시 대통령 지지자들은 첫째로 '도덕적 가치'를, 두번째로 안보를 꼽았다. 이같은 결과는 부시 대통령 지지자들이 이라크전을 일종의 '십자군 전쟁'으로의식하고 있는 기독교 복음주의자들과 낙태, 동성결혼에 반대하는 보수적 유권자들을 중심으로 굳건히 뭉쳐져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대선에서 미시간 등 일부 주의 경우 동성결혼을 주헌법 개정을 통해 금지시키는 주민 제안에 대한 투표도 함께 실시됐다. 부시 대통령이 할리우드 스타들과 어울리는 케리 후보를 '본류에서 벗어난 좌파적 인사'로 몰아 붙인 것은 이같은 보수표의 결집을 노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케리 후보 필라델피아 선거운동본부에서 일하는 마이클 조(28)는 "부시 대통령이 이라크전과 경제 실정을 가리기 위해 보수적 가치들을 내세워 '문화 전쟁'을 일으켜 이번 선거를 치렀다"고 설명했다. 이는 일찍이 미국의 양분된 상황을 '거대한 분열'(Great Divide)이란 책을 통해'레트로(복고)', '메트로(진보)' 논쟁을 불러 일으킨 존 스펄링의 분석과도 맥락이닿아있다. 스펄링은 '메트로'로 대변되는 케리 후보 지지자들이 '레트로'로 대변되는 부시대통령 지지자들에게 접근하려 해도 결코 이같은 간극을 해소할 수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같은 분석은 선거가 끝난 후에도 양대 진영간의 화해가 여전히 미국의 큰 숙제로 남을 것임을 증언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워싱턴=연합뉴스) 박노황 특파원 nhpark@yna.co.k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