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21세기 첫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 공화당의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의 연임실패의 '악몽'을 교훈삼아 정치적 명운을 걸고 재선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존 케리 대통령후보는 부시 대통령의 이라크전 등 '외교실패와 경제실정'을 기치로 내걸고 정권탈환을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대선을 7일 앞둔 지금까지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의 선거판세는 그야말로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호각지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과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및 중동지역 나라들은 미국 대선추이를 예의주시하며 후보별 이해득실을 계산하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일본 0... 일본은 표면적으로는 "누가 당선되든 미ㆍ일관계는 변하지 않을 것"(호소다 히로유키 관방장관)이라는 입장이지만 내심 부시 현 대통령의 재선을 적극 바라고 있다. 영국과 함께 미국 주도의 이라크 전쟁을 앞장 서 지지한 일본은 이라크전에 비판적인 케리 후보가 당선될 경우 입장이 곤란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얼마전 "다른 나라 선거에 개입하고 싶지 않지만 나는 부시 대통령과 친하기 때문에 그가 잘됐으면 좋겠다"고 말한 것은 일본의 그런 속내를 반영한 것이다. 집권 자민당의 서열 2위인 다케베 쓰토 무(武部勤) 간사장은 라디오 방송에서 부시 대통령이 재선되지 않으면 곤란하다며 한층 노골적인 표현으로 부시 지지의사를 밝혔다. 일본 재계도 부시 재선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막판 선거판세에서 부시 대통령의 우위가 무너지고 케리후보와 호각지세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나자 도쿄(東京)외환시장에서는 달러를 내다 파는 움직임이 늘면서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분석가들은 케리가 당선되면 미국경기가 일시적으로 가라 앉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중국 0... 중국은 이번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지 대선 이후 중-미간 건설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유지 발전시켜 나간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다. 중국 지도부는 기본적으로 부시와 케리 후보 중 누가 집권하든 對중국 정책에는 별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관련, 중-미 문제에 밝은 한 외교 전문가는 "과거에는 중-미간 두 갈래의 현안인 대만문제와 인권문제에 있어 공화ㆍ민주 양당 사이에 뚜렷한 정책의 차이가 있었지만 지금에 와서는 그 구분이 불분명하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대만문제에 대해 민주당이 유연한 반면 공화당은 강경했고, 인권문제에 관해서는 반대로 민주당이 강경 색채를 띠었고 공화당은 유연성을 보여왔으나 현재는 양당이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가 이미 대세로 굳어져 있고 중국 인권에 대해서도 이미 지난 3월 제60차 유엔인권위원회에서 상정한 인권결의안으로 시각이 합쳐진 상황이라고 이 전문가는 분석했다. 따라서 중국은 이런 문제를 놓고 누가 당선되는 것이 유리한가를 계산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다고 보고 있으며, 상호 이익이 되는 정치와 경제 분야의 파트너십을 굳건히 하기 위한 정책 개발에 더 신경을 쓰는 분위기다. 미국은 대테러전 등을 이끄는 등 국제사회에서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의 지원이 필요하고 중국도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위해 미국의 절대적인 협조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0... 경제중심 상하이(上海)는 철저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 미 대선을 지켜보고 있는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막대한 무역적자를 명분으로 중국에 대해 위안화 평가 절상을 요구하는 미국의 현재 모습이 대선을 계기로 어떤 변화를 초래할 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대체로 민주당 케리 후보에 대한 시각이 다소 우호적이다. 공화당 부시 후보가 미 업계의 요구를 등에 업고 그동안 줄기차게 중국에 대한 경제적 압력을 가해왔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케리후보가 집권하면 `미국의 압력'의 강도가 약해지지 않겠느냐는 희망섞인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상하이의 한 금융소식통은 "미국 대선의 향방이 향후 중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매우 크다"면서 "위안화 절상이나 금리인상, 무역적자 해소문제, 통상마찰 등 주요 경제이슈에 미칠 영향 등을 놓고 다양한 분석을 내놓고 있다"고 현재의 분위기를 전했다. ◆인도 0... 인도는 1990년대 초부터 경제개방과 시장자유화 조치에 나서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며, 이번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양자관계의 이같은 기조에는 근본적인 변화가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인도는 민주당이 공화당에 비해 핵이나 파키스탄 등의 문제에서 다소 깐깐한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으며, 특히 산업계는 케리 후보가 아웃소싱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는 점을 상당히 신경쓰는 눈치다. 반면 부시 행정부는 외견상 자유무역을 옹호하고 있는데다 클린턴 정부가 지난 1998년 인도의 핵실험 직후에 취했던 상업용 우주개발과 원자력 장비의 수출금지 조치를 해제하는 등 양국간의 관계강화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미국이 이란과의 핵 협력을 이유로 이달 초 인도 과학자 2명에게 제제를 가하면서 약간의 마찰음이 발생하기는 했지만 양국의 교류협력이 앞으로 더욱 가속될 것이라는데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 10일 인도를 방문했던 래리 프레슬러 미 상원의원이 인도IT기업협회(나스콤) 최고경영자 포럼에서 "이번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차기 백악관 주인은 인도의 친구가 되겠지만 부시가 더 좋은 친구가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태국 0... 탁신 치나왓 총리의 태국 정부는 2001년 출범 후 줄곧 부시 행정부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9.11 테러' 이후 두나라는 동남아 역내 반(反)테러 공조체제 구축에 긴밀히 협력해왔다. 탁신 정부는 비정부기구(NGO)들과 상원 일각의 강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파병을 강행하는 `솔선수범'을 보였고 부시 행정부는 태국을 준(準)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동맹국으로 격상시킴으로써 화답했다. 태국은 작년 10월부터 금년 9월까지 1년간 공병대와 의무대원 440여명을 1진과 2진으로 나눠 6개월씩 파견한 바 있다. 태국은 작년에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의 동남아 지부격인 제마 이슬라미야(JI)의 핵심 테러리스트 함발리를 국내 은신처에서 체포해 미국에 인계, 반테러 전선의 굳건한 결속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전 미 국무부의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에 태국의 인권 상황을 비판하는 내용이 들어간 데 대해 탁신 총리가 배신감을 토로하면서 격분한 적도 있다. 미 정부가 서둘러 진화에 나선 데 힘입어 불편한 관계가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지만 불씨가 완전히 꺼진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태국은 11월 초 미 대선에서 부시의 재선, 혹은 케리의 당선 중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두나라 관계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역내 안보 및 반테러 협력도 그렇고 현재 진행중인 쌍무 자유무역협정(FTA) 협상도 차질없이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 ◆베트남 0... 미 대선을 바라보는 대다수 베트남 지식인들은 부시보다는 케리 후보를 선호한다. 호전적 성향의 공화당보다는 교역확대 등 실질적인 면을 중시하는 민주당 후보가 낫다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994년 2월 클린턴 전 행정부는 베트남에 대한 경제제재 조치를 해제한 뒤, 이듬해 7월 양국 간의 국교를 정상화했다. 또 2000년7월에는 미-베트남 무역협정체결과 같은해 11월 클린턴의 역사적인 베트남 방문 등 민주당 정부와 밀월관계를 유지했다. 미국과의 이런 관계개선 덕택에 섬유류를 중심으로 하는 베트남의 대미수출실적은 괄목성장했다. 그러나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베트남산 대미 섬유류에 대한 수출쿼터 적용, 베트남산 수입수산물에 대한 미국의 고율관세 부과 등 베트남에 대한 '길들이기' 전략의 하나로 발목을 잡기 시작해 불협화음이 속출하고 있다. 또 세계무역기구(WTO)가입을 국가지상과제로 설정한 베트남에 대한 공화당 지도부의 부정적인 인식 확산과 소수민족 문제 등 베트남 내정에 대한 간섭 등도 자존심이 강한 베트남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케리 후보가 백악관의 주인으로 입성해 예전의 밀월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양국 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도 좋다는 게 베트남인들의 일반적인 인식이다. ◆대만 0...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 모두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누가 당선되든 현재의 미-대만관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국제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이 대만에 이익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부시 행정부의 아시아ㆍ태평양 정책이 '미일 동맹'을 기조로 펼쳐지는 반면 케리 후보는 '미-중관계'위주로 급전환할 가능성이 높아 대만의 정치적 입지가 축소되는 것은 물론 케리 후보가 내세운 '슈퍼 301조' 부활 공약이 양국간 경제 교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쉬제린(許介麟) 대만 일본 종합 연구소장은 "중국의 국제사회 지위가 날로 강화되는 만큼 부시 대통령이 재임에 성공한다면 현재의 '미일 동맹' 위주 아태정책을 장기적인 차원에서 '미중' 위주로 수정해 나갈 것이나, 케리 후보는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을 위해 중국 위주의 아태 정책으로 곧바로 전환할 것"이라고 최근 연합보를 통해 주장했다. 또 중화경제연구원 왕쥔제(王俊傑) 연구원은 부시 대통령 재선시 대만과 미국간 무역장벽 해소를 위한 협상이 계속 진행되고 무역투자기본협정(TIFA) 체결에 박차가 가해질 것이나, 케리 후보 당선시 대만이 새 '슈퍼 301조'에 휘말릴 가능성과 함께 대만-미국 경제교류가 무역 마찰 해소에 치중하게 될 것으로 지난주 행정원 경제건설위원회가 발간한 '국제정세 주간'을 통해 분석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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