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기업이나 노조 등의 특수 이익집단들의 금권선거를 막기 위해 이들의 무제한 자금 기부가 금지됨으로써 생긴 `정치적 진공'에 소수의 갑부들이 대신 들어서 선거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대선에서 이른바 `소프트 머니'를 금지한 매케인-파인골드법 시행의 여파로, 사실상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의 외곽단체들이 조세법 527조를 이용,새 정치자금 조달집행의 상수도관 역할을 하는 실태를 분석, 진단한 특집을 싣고 개인 갑부들이 이들 단체의 `물주'로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527그룹'으로 불리는 이들 단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특정 정당과 협의, 조정하는 관계가 아니면 매케인-파인골드법에서 금지한 무제한적인 기부금을 받고 사용할 수 있는 점을 활용, 선거에 적극 참여하면서 이번 미국 대선의 가장 큰특징중 하나로 꼽힌다. 이들은 이 자금으로 특정 후보를 찬성ㆍ반대하는 선거광고를 만들어 방송하는것은 물론, 수천명을 동원해 호별 방문 등을 통해 유권자 등록과 투표참여 운동을벌임으로써 특히 조직력이 약한 민주당의 경우 일선 당 조직 역할과 기능을 대신하고 있다. 예컨대 친 민주계인 `함께하는 미국(ACT)'은 4천78명을 고용, 유권자 45만명을새로 등록시켰을 뿐 아니라 선거 당일인 11월2일엔 4만5천명을 주요 접전 도시에 투입해 이들 새 유권자들의 투표참여를 독려할 예정이다. 527단체들은 매케인-파인골드법으로 노조, 환경단체 등으로부터 기부를 못받게돼, 부유층 기반의 공화당에 대비해 절대 열세 위기에 놓인 민주당측 인사들과 조지소로스 같은 `반(反)부시' 부호가 결성, 지원을 주도했다. 이때문에 처음엔 민주당측 단체들이 공화당측에 비해 단연 활성화되고 모금액도압도했으나, 지난 5월 연방선관위가 527단체들의 위법성 논란과 관련, 대선후 구체적 규제방안을 논의키로 함에 따라 당초 위법 논란을 우려하던 친 공화당계 대기업지도부와 갑부들도 공화당계 외곽단체 지원에 적극 나섰다. 이에 따라 최근 수개월간엔 단체 숫자는 아니더라도 모금액에선 공화당측이 민주당을 앞서고 있다. 앞으로 2006년 중간 선거때나 다음 대선때 527단체들의 비중이 더 커질 수 있으나 이번 대선후 이들 단체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전망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워싱턴 포스트는 공화, 민주 양당 계열의 5.27단체 실태와 전략 등을 전하면서부자는 공화당편이라는 통념에 어긋나게 특히 `반(反)부시'를 앞세워 친 민주계 단체들에 거액을 기부한 소로스 등 진보주의적 갑부들을 중점 소개했다. 공화, 민주 양당 계열을 통틀어 527단체에 100만 달러 이상 기부한 갑부 명단 25명을 보면 2천325만달러로 1위인 소로스가 포브스지 선정 400대 미국 갑부중 24위인 것을 비롯해 14명이 400대 부호에 올라 있으며, 상위 10명중 6명은 백만장자를넘어 억만장자이다. 또 상위 1-5위는 모두 민주당계 인 것을 비롯해 25명가운데 15명은 민주당측이며, . 다음은 이 신문이 특히 주목한 `진보파' 갑부들. ▲소로스 = 헝가리 이민 출신으로 72억달러에 이르는 거부를 쌓은 헤지펀드 투자가. 한국의 외환위기 때 김대중(金大中) 당시 대통령이 투자 유치를 위해 만난 해외투자자중 한 사람으로 한국민에게도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부시 대통령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며 `반부시' 선두를 자청했으나,이번 대선은 `예외적인 것'이고, 대선 후엔 정치 참여도를 줄일 방침이라고 말한다. ▲린다 프리츠커 = 하얏트 호텔 상속녀. 정신요법 의사로 1999년 이혼 후 몬태나로 이주, 거기서 불교 조직을 만드는 등 불교에 심취했다. 지난 15년간 연방정치위원회에 총 1만3천달러를 기부할 정도로 정치와 무관했으나, 올해는 500만달러를 ACT에 기부했다. 이 신문의 인터뷰 요청을 사절하면서 보낸 e-메일에서 "대선이 있는 해이므로우리의 민주주의의 건강을 위해 이렇게 지원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스티븐 빙 = 뉴욕 부동산 갑부 가문의 6억달러 재산 상속자인 헐리우드 영화제작자. 캘리포니아주에서 교육, 건강, 아동보호 자금을 위해 담배에 수백만달러의세금을 부과토록 하는 운동을 주도했고, 존 에드워즈 민주당 부통령 후보의 주요 후원자인 등 오랜 민주당원. 그동안엔 정치무대에서 보다는 슈퍼모델 출신 여배우 엘리자베스 헐리 아들의친자 소송 등으로 인해 연예 지면에 많이 등장했었다. ▲피터 루이스 = 자동차 보험회사 프로그레시브의 회장. 미국의 10대 자선가중한사람으로 꼽히기도 했다. 마리화나 합법화 청원 운동에 수백만달러를 쓸 정도의정치 이단아적인 측면도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윤동영 특파원 y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