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지난해 3월 이라크를 침공해 단 3주만에 수도바그다드를 점령할 수 있었던 것은 압도적 화력과 제공권 장악에 힙입은 것일뿐 첨단기술의 승리는 아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 국방부는 그동안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모래 폭풍 속에서도 이라크군의동태를 정확히 파악해 위성유도 폭탄을 정밀 투하토록 하는 레이더 정찰기를 포함한최첨단 정보수집력으로 이라크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자랑해 왔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MIT)가 발행하는 기술잡지 `테크놀로지 리뷰'는 12일 이라크전때 일선 미군 부대는 이라크 군부대의 위치 등 기초정보를 제대로 입수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전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잡지는 미 국방부의 의뢰에 따라 미군의 이라크전 수행과 관련한 용역과제를 수행중인 랜드연구소의 비밀보고서를 인용해 그 같이 전하고 미군 일선 부대는 컴퓨터상의 문제 등으로 인해 상부는 알고 있던 각종 정보에 깜깜했다고 밝혔다. 바그다드 진격작전에 대대장으로 참가한 어니스트 마르콘 중령은 이 잡지에 "지난해 4월2일 바그다드 남쪽의 한 교량을 장악하는 작전을 펼 때 이 다리를 지키는이라크군의 병력및 위치와 관련된 정보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이라크 1개 여단부대가 바그다드공항에서 남쪽으로 내려올 가능성이있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정작 우리가 맞닥뜨린 것은 세 방향에서 한꺼번에 공격해오는 3개 이라크 여단급 부대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바그다드 함락에 버금갈 정도로 이 다리는 이라크전에서 매우 중요한 전술 거점이었지만 이라크 병력과 무기장비 규모, 부대명 등 상대를 파악할 수 있는정보가 아무것도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증언은 미국이 이라크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최첨단 장비를 활용해이라크군 동향을 샅샅이 들여다 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압도적인 화력과 공중지원 때문에 승리가 가능했다는 뜻이라고 잡지는 지적했다. 랜드연구소가 국방부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중인 비밀보고서는 마르콘 중령의 사례 외에 첨단 장비를 통해 수집된 중요 정보가 일선 부대에 전달되지 않는 심각한문제가 광범위하게 발생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이라크군의 진지 정보를 얻기 위해 차량을 세웠다가 공격당한 사례가 3건이나 있었다고 지적했다. 랜드연구소의 월터 페리 선임연구원은 "이번 보고서를 통해 사단사령부 지휘부엔 전장을 한눈으로 볼 수 있는 정보제공이 이뤄지는 반면 일선 지휘관들에게는 정보가 차단되는 `디지털 괴리(digital divide)' 현상이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첨단 컴퓨터 체계로 이뤄지는 상급 부대와 하급 부대간의 원활한 정보 흐름을방해하는 디지털 괴리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긴 다운로드 시간과 소프트웨어 오작동 및 고주파 통신체계에 대한 접근성 결여가 꼽혔다. 이에 따라 미 국방부의 청사진 대로 첨단 통신체계를 바탕으로 미군의 몸집을줄이면서 기동성을 갖춘 미래형 군대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는 효율적인 정보전달체계의 확립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워싱턴 로이터=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