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불법'이라고 규정했던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유엔 총회에서 미국의 `일방주의'를 우회적으로 비판하면서 이라크 수감자들에 대한 미군의 학대를 `법치주의 실종'의 사례로 제시했다. 아난 총장은 21일 유엔본부에서 시작된 유엔총회 회원국 대표 기조연설에 즈음한 개막연설에서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어떤 국가도 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으며 국내에서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국가는 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원칙을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난 총장은 또 "중동과 이라크를 비롯해 전세계의 갈등을 해결하는 길은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비롯한 국제 법률들"이라고 지적해 영국 BBC 방송과의 인터뷰를통해 안보리 승인없는 이라크 침공은 "불법"이라고 밝힌데 이어 또다시 안보리 결의만이 주권국가에 대한 무력사용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기조연설에 앞서 유인 총회장 연단에 오른 아난 총장은 "오늘날 법치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위험에 처해있다"고 지적하고 그 사례로 이라크 저항세력에 의한 무차별적인 민간인 살상과 함께 이라크 수감자들에 대한 학대를들었다. 아난 총장은 이밖에 수단 다르푸르 지역, 우간다 북부, 러시아 북오셰티야 공화국 벨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에서 일어나고 있는 민간인 학살, 학대를 언급하면서 "어떠 명분으로도 정당화할 수 없는 이와 같은 행동이 만연하고 있는 것은 우리 모두가 법치주의를 존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개탄했다. 아난 총장은 "법치주의에 대한 존중을 회복하기 위해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일을 다 해야 하며 그 출발은 누고도 법위에 군림할 수는 없고 어느 누구도 법의 보호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에서 법치주의를 선언한 모든 국가들은 외국에서도 이를 존중해야 하며 외국에서 이를 주장하는 모든 국가는 국내에서도 이를 집행해야 한다"고 밝혀 어떤 국가라도 국제사회의 규범을 벗어난 `일방주의'는 용납받을 수 없음을 강조했다. 아난 총장은 "다행이 우리에게는 국제 규범과 법률들이 있지만 이들은 너무나자주 선택적으로 적용되고 자의적으로 집행되고 있으며 효율적인 집행수단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한 유엔 개혁 등에 관해 회원국들이 힘과 지혜를 모아줄 것과 민간인 보호협약이나 군비협약에 서명할 것을 촉구했다. (뉴욕=연합뉴스) 추왕훈 특파원 cwhy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