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르하르트 총리가 이끄는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이 13일 실시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2차대전 이후 최저의 지지율로 참패했다.

사민당은 함께 실시된 튀링엔주 선거와 6개주의 기초자치단체 선거에서도 큰 격차로 패한 것으로 출구여론조사 결과 나타났다.

공영 ARD방송과 ZDF방송이 이날 투표 종료 2시간이 지난 오후 8시(한국시각 14일 오전 1시) 실시한 출구조사에 따르면, 유럽의회 선거에서 사민당 지지율은 21%로지난 1999년에 비해 무려 10.6%포인트나 감소했다.

이는 2차대전 이후 각종 선거를 통틀어 사민당 지지율로는 종전 최저 기록이었던 지난 1953년 연방하원 선거의 28.8%보다도 훨씬 낮은 것이다.

그에 비해 제1 보수야당인 기독교민주ㆍ사회연합은 유럽연합(EU) 전체 국가에서정당 득표율로는 가장 높은 45%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안겔라 메르헬 기민련 당수는 "기민련과 기사련 뿐 아니라 독일과 전 유럽을 위해 매우 기쁜 날"이라면서 "적ㆍ녹(赤綠) 연립정부의 정책이 시민들의 지지를 받지못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클라우스 우베 베네터 사민당 사무총장은 "의심할 나위 없이 패배했음을 인정하게 돼 매우 쓰리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내 독일 사민당 대표인 마르틴 슐츠 의원은"슬픈 일"이라면서 유권자들이 연방하원을 장악, 집권한 적ㆍ녹 연정을 견제토록 균형을 잡으려 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사민당의 선거 참패는 사실 이미 선거 전 여론 조사를 통해 예상됐었다.

슈뢰더 총리가 복지삭감과 노조 권리 약화 등 이른바 경제ㆍ사회 개혁안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장기 경기침체가 개선되지 않고 4백만명이 넘는 실업자도 줄지않아 유권자들의 불만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슈뢰더 정권이 갈수록 우파적 성향을 강하게 보이자 지난해부터 사민당 당원들의 탈당이 줄을 이었으며 전통적 지지층마저 등을 돌렸다.

지난 2002년 사상 최대의 접전 끝에 박빙으로 이긴 사민당 정권이 증간 평가 성격인 유럽의회 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향후 슈뢰더 총리와 사민당의 정책노선이 변경될 지 주목된다.
올해는 아직 여러 차례 지방선거가 남아 있다.

이날 선거에서 적ㆍ녹 연정에 참여 중인 녹색당 지지율은 4년 전의 6.4%에 비해크게 오른 11%로 뛰었다.
또 보수 정당인 자유민주당과 옛 동독 공산당 후신인 민주사회당의 경우 각각 6%의 지지를 받아 의석 배분 기준 득표율(5%)을 넘어섰다.

사민당은 이날 동시 실시된 독일 튀링엔주 지방선거에서도 지난 번 보다 낮은 15%의 지지율을 받은 반면 기민련은 43-46%로 압승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바덴-뷔르템부르크주 등 6개주 기초자치단체 선거도 유사한 양상일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역대 최저치(45.2%) 보다는 약간 높은 43.5%인 것으로 잠정집계됐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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