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의 공식사과에도 불구하고 미국 언론에 이어 유럽 언론까지 가세해 럼즈펠드 장관의 사임을 촉구하는 등 이라크 포로학대 파문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인 영국의 언론은 7일 발가벗긴 이라크 포로의 목에 줄을 메달아 개처럼 끌고 다니는 듯한 미 여군의 사진을 일제히 1면에 실고 미군의 야만적인 포로학대를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인디펜던트지의 로버트 피스크 기자는 어떤 잔혹영화도 이번에 공개된 포로학대사진보다 더한 충격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지만 유럽 내 언론의 논평은 럼즈펠드 장관의 사임을 요구하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엘 문도는 럼즈펠드의 사임으로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입지를 강화, 미국의 대외정책을 일방주의에서 다원주의로 변화시키길 바란다고 논평했다. 영국의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직설적으로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럼즈펠드 장관이 사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쥐트도이체 자이퉁도 부시 행정부가 이번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최소한의 표시로 국방장관을 바꿔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베를리너 자이퉁은 럼즈펠드의 사임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사용한 "미국적이지 않은"(Un-American)이란 용어가 미국만이 신에 의해 선택된 국가라는 부시행정부의 오만을 드러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영국 의회에서 이라크전을 지지했던 보수당의 보리 존슨 의원조차도 자신이 지지했던 전쟁의 결과가 포로학대라는데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분개했다. 아일랜드 야당인 노동당의 마이클 히긴스 대변인은 한걸음 더 나아가 미국을 대신해 유엔이 이라크 재건과 평화정착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테러전에 동참하면서 미국의 우방으로 자리잡은 파키스탄의 영자지 더 네이션은 포로학대는 미국과 사담 후세인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으며 최대부수를 자랑하는 일간지 데일리 장은 미군이 베트남에서처럼 철군하게 될것이라고 혹평했다. 그 어느 지역보다 미군의 만행에 분노하고 있는 아랍권은 이날 방송중계된 럼즈펠드의 의회 증언과 사과에 대해 단순히 사과로 모든 것을 덮기엔 이번 일이 준 충격이 너무 크다는 반응을 보였다. 카이로 아랍-아프리칸 연구소의 헬리 샤라위 소장은 럼즈펠드가 사임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암만의 언론인보호센터의 니달 만수르 회장은 럼즈펠드의 사과에 대해 안하는것보단 낫겠지만 충분치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에 앞서 로마 교황청은 미군의 포로학대를 기독교적 윤리에 반할 뿐만 아니라기본적인 인권을 짓밟은 야만적 행위이며 자신의 모습대로 인간을 만든 하나님을 모독한 것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이번 포로학대사건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에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현재 이라크의 상황이 자신의 전쟁반대 입장이옳았음을 증명하고 있다며 포로학대 파문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미국을 간접 비난했다. 부시 행정부 내 온건파를 이끌고 있는 콜린 파월 국무장관 역시 이번 파문이 미국의 대외정책, 특히 중동정책에 파괴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다음달 30일로 예정된 이라크 주권이양과 중동평화노력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는 이날 포로학대에 대한 럼즈펠드 장관의 사과를일축하면서 국정의 최고책임자가 개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 부시 대통령책임론을 제기했다. 케리 후보는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라는 속담을 자신의좌우명으로 삼았던 해리 트루먼 전 대통령의 일화를 인용, 트루먼 대통령도 "모든책임은 국방부에 있다"(The buck stops at the Pentagon)고 말하지 않았다며 부시를비난했다. (런던.카이로 AP.AFP=연합뉴스) k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