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한번쯤 지거나 비기기를 바랐는데...하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소득이 있었습니다."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사업하는 한 기업인은 지난 1일 후난(湖南)성 창사(長沙)에서 벌어진 한국과 중국의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서 한국의 2-0 승리후 예상했던 불상사들이 기우로 그친데 대해 4일 이처럼 촌평했다. 실제로 이번 경기후 중국내 여론에서 미묘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일부 한국 언론에서 붉은 악마 응원단의 한 여성이 관중석에서 날아온 철제볼트에 맞아 부상한 사실을 보도하며 중국 팬들을 비난하고 있는 것과 달리 이곳 분위기는 한국 축구나 한국팬에 대한 비난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양상이다. 즉 황금연휴 노동절 첫날에 벌어진 이번 경기가 `역사적인' 의미를 선사하길 바라는 중국 팬들의 마음을 대변해 언론에서는 연일 `공한증(恐韓症)'이 끝나기를 바라는 기사를 쏟아냈다. 13억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이 `변방국' 한국에 26년동안 축구에서 한번도 이기지 못하는게 말이 되느냐고 흥분했다. 게다가 최근 수년래 중국경제는 욱일승천하고 있고, 유인우주선까지 쏘아올려 민족적 자존심이 극대화되는 분위기에서 축구마저 아시아의 최고를 지향하자는 염원이 자연스레 형성된 것. 이같은 분위기 때문에 중국에서 활동하는 기업인이나 외교관들은 "한국팀이 이기지는 말고 비기면서 올림픽에 나갔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치며 한중관계에 미칠 영향을 걱정했다. 하지만 경기후에 나온 중국인들의 반응은 이런 우려와는 달리 한국팀이나 팬에 대한 비난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중국 포털사이트 소후 스포츠 사이트에는 "경기후 한국팀을 박수로 맞이했지만 중국팀에는 생수병을 던졌다"는 내용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들은 중국 축구팬들이 있던 관중석을 통과해 그라운드를 나섰고 중국 선수들에게 생수병을 던졌던 중국 축구팬들이 한국 선수들에게는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냈으며 이에 한국 선수단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었다"는 내용도 소개했다. 다시 말해 한국팀의 진정한 실력을 인정한 중국팬들이 난동 대신 축하를 보내주었다는 것이다. 중국 네티즌들도 `공한증'의 실체를 인정하면서 중국팀에 대한 한없는 실망을 쏟아냈다. 한 네티즌은 "이날 경기에서 나온 한국의 두 골은 한국팀이 확실히 우리보다 강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고 또다른 네티즌은 "아시아를 대표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고 칭찬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월드컵 4강이 그냥 된 것이 아니었다"고 월드컵 신화까지 언급하는 네티즌들도 있는 등 한국축구의 힘이 단지 심판의 보호나 텃새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혼이 담긴' 선수들의 발에서 나왔다고 인정했다. 네티즌들은 이어 중국축구에 대해서는 "50년후에나 희망이 있을 것이다"는 자조에서부터 " 다시는 중국 남자 축구를 안 볼 것"이라는 `결의'까지 보이는 등 중국축구를 비난하는 데는 극단적인 표현을 마구 쏟아냈다. 상하이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인들이 미묘한 감정은 중국축구에 대한 실망과 함께 한국의 실체를 인정하려는 복합적인 정서가 결합된 것"이라면서 "이럴 때일 수록 중국을 자극하는 대신 위로하고 함께 발전하자는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상하이=연합뉴스) 이우탁특파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