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이라크를 제2의 베트남으로 보는 시각을 단호히 거부하지만 그 자신은 베트남 전쟁을 주도한 리처드 닉슨 전대통령과 너무도 비슷한 정치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UPI통신이 논평했다. UPI 논설은 과거 닉슨 행정부의 인물이었던 딕 체니 부통령과 도널드 럼즈펠드국방장관, 폴 오닐 전 재무장관 등이 현 정부에서 맡고 있는 역할과 수렁에 빠진 군사작전을 빼놓고라도 최근 부시의 국정수행 방식은 닉슨 시대를 방불케 한다며 다음과 같은 사례들을 지적했다. 우선 취임 첫 해인 지난 2001년 8월 부시가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에서 보낸 휴가는 닉슨과 함께 미국 역대 대통령의 휴가중 가장 긴 것으로 기록됐다. 되도록이면 백악관에 머무르지 않고 많은 시간을 워싱턴 밖에서 보내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혀 온 부시 대통령은 지난 2월엔 개조차경기연맹(NASCAR)의 `데이토나 500' 경주를 참관, 중산층 표밭인 `내스카 아빠'들의 환심을 샀다. 이는 지난 1969년 닉슨이 `세기의 경기'로 일컬어지던 텍사스와 아칸소간 대학풋볼경기에 참석했던 것을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타당성이 의문시되는 전쟁을 일으킨 두 사람이 비슷한 행사를 통해 매스컴을 장식한 저의는 놀랍게도 비슷하다. 닉슨은 풋볼이 교회만큼이나 성스럽게 여겨지는 남부 지역에서 재선을 위한 표를 긁어 모아야 했고 부시 역시 자유의 수호자를 자임하는 자신을 지지하는 중산층의 표를 지켜야 했던 것이다. 한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닉슨은 원래 풋볼광이었지만 부시는 이전엔 자동차 경주에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는 정도이다. 정치적 행보가 비슷하다는 점 외에도 두 사람은 `내 편 아니면 적'이라는 태도등 개인적 스타일에서도 닮은 꼴이다. 부시 정부가 이라크전의 명분이 될만한 대량살상무기의 증거 부재를 지적한 외교관의 부인인 중앙정보국(CIA) 요원 발레리 플레임의 신원을 공개한 일이나 리처드클라크 전 백악관 테러담당 보좌관을 공개 비난한 것, 정책을 비판한 내부인사 오닐전 장관등을 다루는 방식은 공포를 자아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희극적이기까지 하다. 최근엔 워싱턴의 공공장소 경비 책임자인 테레사 체임버스 공원경찰청장이 직원들의 과로와 예산부족 등을 기자들에게 공개한 책임을 지고 해임됐는데 부시 대통령이 해임을 직접 명령하지는 않았다 해도 이는 비판을 참지 못하는 현정부의 성격을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법무부는 플레임요원의 신원을 노출시킨 `리크게이트'(Leakgate)에 대해 조사를진행중이지만 이 때문에 부시 대통령이 워터게이트로 물러난 닉슨의 운명을 따르게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라크가 제2의 베트남은 아닐지라도 두 전쟁 사이에는 분명 유사성이있으며 부시가 제2의 닉슨은 아닐지라도 두 사람 사이에는 분명 검토돼야만 할 유사성이 있다. (워싱턴 UPI=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