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관타나모의 미해군기지에 억류됐다가 2년만인 지난 9일 영국으로 송환된 영국인 5명 가운데 1명이 관타나모에서 구타와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지난 2002년 초 아프간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던 미군에 의해 체포됐던 자말알-하리스(37)는 12일 영국 일간 데일리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2년동안 구타와 모욕,한번에 12시간이 넘는 심문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자메이카 계로 영국 맨체스터 출신인 하리스는 원래 로널드 피들러라는 이름을갖고 있던 웹사이트 디자이너였으나 이슬람교로 개종한 후 지난 2001년 말 코란을공부하기 위해 파키스탄으로 건너갔다. 그후 터키로 가기 위해 트럭을 탔으나 트럭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납치돼 국경을 넘어 아프가니스탄으로 들어갔고 당시 탈레반 정권은 그가 영국 여권을 가졌다는 이유로 간첩으로 간주해 체포했다. 그후 탈레반이 축출되자 잠시 적십자사의 보호를 받다 미군 측에 신병이 넘어가 2002년 2월11일 관타나모 기지로 옮겨졌다. 그는 데일리 미러와의 인터뷰에서 억류 기간에 쇠사슬에 묶인 채 40여차례나 미연방수사국(FBI)과 미중앙정보국(CIA), 영국국내정보국(M15)등에 의해 한 번에 12시간이 넘는 심문을 수시로 받았으며, 약물 주사를 거부하자 여러 차례 구타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들은 심문 때마다 `어쩌면 이렇게도 깨끗할 수가 있나. 당신 이름과 얼굴을 인터폴을 통해 조회해도 속도 위반 딱지 하나 없다'라고 캐물었고 나는 `내가 평생을 나쁜 일을 한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전했다. 미군 당국은 젊고 독실한 이슬람교도인 수감자들 앞에 매춘부들을 불러 옷을 벗게 하는 정신적인 고문도 수차례 자행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그는 "얼굴가리개를 벗은 여성을 볼 기회가 없었던 아주 젊고 독실한 이슬람교도들이 고문대상이 됐다. 이런 행위는 그들에게는 매우 힘든 경험으로 무슨 일을 당했는지를 말하기를 꺼리는 것이 보통이다. 나는 적어도 10차례 이상 이런 일들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또 "그들은 수도꼭지를 잠그고 1주일에 한차례 샤워만 허용했으며 그나마 독방에 대해서는 이것조차 허용하지 않아 기도하기 전에 몸을 깨끗이해야 하는 이슬람교도들을 매우 고통스럽게 했다"고 말했다. 억류 기간 이혼당해 3명의 어린 자녀들을 길러야 하는 하리스는 "가족을 생각하면 너무 힘들기 때문에 가족 생각을 하지 않으려했다"고 털어놓았다. 관타나모 기지에는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도중 아프간 등에서 체포한 테러 관 련 용의자 640명이 억류돼있으며 이중 9명이던 영국인 중 5명은 지난 9일 영국으로 송환돼 영국 경찰로부터 조사를 받은 후 무혐의로 풀려났다. (런던 AP.AFP=연합뉴스) chae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