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의 회복세가 꺾인 것은 아니지만, 성장탄력은 약해지고 있다.


원자재 대란에 중국의 경제성장률 축소라는 복병까지 가세, 세계경제의 완전 회복을 낙관할 수만 없는게 현재의 상황이다.


때문에 올해 세계경제가 거침없이 회복할 것이라는 연초의 낙관론은 신중론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미국과 독일의 올 1분기 예상 성장률이 하향 수정되고 있는게 성장탄력 약화의 단면이다.


미국의 경우 하향 수정폭이 0.1%포인트에 불과하지만 경기 둔화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시각이 그만큼 크다.


경기의 빠른 회복에도 불구하고 일자리가 거의 늘지 않자 일반 국민들이 소비를 꺼리고, 이같은 소비 부진이 기업 실적 둔화로 이어지면서 세계 증시도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 성장 가속과 둔화의 기로에 선 세계경제


배럴당 36달러를 넘는 국제 유가, 1년새 두배로 치솟은 고철 가격, 구리와 같은 비철금속 가격의 폭등세 등 1차상품 시장의 대란은 세계경제의 최대 암초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뿐 아니라 인플레를 유발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게 된다.


특히 인플레 심리는 국채수익률 등 실세 금리의 상승을 촉발, 경제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


중국이 경기 과열을 막기 위해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작년 성장률(9.1%)보다 크게 낮은 7%로 책정한 것도 큰 변수다.


지난 수년간 8% 이상 고성장한 중국 경제가 세계경제 회복의 디딤돌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중국의 성장률이 7%로 둔화되면, 중국 시장을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일본 한국 등 아시아 국가들의 성장세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물론 원자재 대란의 진원지인 중국의 경기조정 정책은 원자재 가격 안정을 유도, 세계경제에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중국의 성장률 둔화에 따른 원자재 시장 안정은 대중국 수출 부진으로 인한 저성장 파장과 상쇄돼 세계경제에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모건스탠리증권의 이코노미스트 데이비드 메모트는 "세계경제가 현재 성장 가속과 둔화의 기로에 놓여 있다"며 연초의 낙관론에서 한 발 물러섰다.



◆ 고용시장이 변수


최근 전개되고 있는 세계 증시 하락 및 성장 둔화 조짐의 직접적인 원인은 불안한 고용시장이다.


지난 5일 미국의 2월 중 신규 일자리가 예상치(12만5천개)에 크게 미달한 2만1천개에 그치자 경제 기상도가 갑자기 흐려졌다.


독일에서는 지난달 실업자가 오히려 늘어났다.


고용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않자 경제성장의 중심축인 소비전선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의 경우 가장 최근 수치인 ABC방송의 3월 첫째주 소비자신뢰지수가 한 주 전에 비해 2포인트 떨어진 마이너스 18로 4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앞서 컨퍼런스보드의 2월 소비자신뢰도는 87.3으로 전달에 비해 9포인트나 빠졌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각국에서도 소비자신뢰지수가 떨어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고용 회복이 가시화하지 않을 경우 세계경제의 성장동력 약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컨퍼런스보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게일 포슬러는 "고용창출이 제대로 안될 경우 소비자들이 불안에 빠질 것"이라며 "미국 경제의 강한 성장에 의문이 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ㆍ이정훈 기자 lee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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