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과 자매정당인 기독교사회연합이 볼프강 쇼이블레(61) 기민련 원내 부총무를 차기 대통령 후보로 합의했다고 2일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공영 ARD방송 등은 양 당 관계자들을 인용, 안겔라 메르헬 기민련 당수와 에드문트 슈토이버 기사련 당수는 지난 1일 심야협상에서 쇼이블레 부당수가 가장 폭넓은 당원 지지를 받고 성품이 대통령에 가장 어울리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기민.기사련 지도부는 캐스팅 보트(결정 투표권)를 쥐고 있는 자유민주당 설득에 나서기로 했다. 자민당이 이에 응할 경우 야당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연방총회 의석의 고반을 차지하기 때문에 쇼이블레는 오는 5월 23일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될 것이 확실시된다. 변호사 출신의 쇼이블레는 기민.기사련 원내총무와 경제장관, 기민련 당수를 지냈으나 지난 2000년 헬무트 콜 전 총리 하에서 일어난 비자금 추문으로 당수직에서물러났다가 2002년부터 외교.안보.유럽담당 원내 부총무를 맡고 있다. 그는 지난 1990년 정신이상자의 공격으로 척추장애자가 된 뒤에도 휠체어를 타며 정치를 재개, 불굴의 의지를 가진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자민당의 입장이 현재로선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야당 단일 후보 선정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라이너 브루더를레 자민당 부당수는 2일 공영 ARD와 ZDF 방송의 공동 제작 프로그램에 출연, "개인적으론 쇼이블레가 가장 앞서는 후보이자 자민당 에서도 가장 선호하는 후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자민당 지도부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들은 베스테벨레 당수가 쇼이블레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기엔 통합력과 따뜻한 마음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독자적 후보를 내세울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전했다. 사회민주당 소속 요하네스 라우 현 대통령은 5년 임기를 마친 뒤 재출마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어 오는 5월 23일 새 대통령이 선출된다. 독일의 경우 연방하원 의원 6백3명과 16개 주 대표 6백3명으로 구성되는 연방총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한다. 현재 하원은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적녹연정이 장악하고 있으나 연방총회에서는 적녹연정이나 기민.기사연합 모두 과반에 미달돼 80석을 가진 자민당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잇다. 자민당은 소수정당이면서도 이같은 상황을 이용해 여성이나 기업인 출신 인사가운데 독자 후보를 내겠다고 밝혀왔다. 그동안 각 당에서 거론된 후보들은 리타 쥐스무트 전 하원의장과 헌법재판소장출신인 유타 림바흐 독일문화원장 등 여성후보들 하인리히 폰 지멘스그룹 회장, 클라우스 퇴퍼 전 환경장관 등이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