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에서 소요사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국제중재안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외국인들의 탈출 행렬이 이어졌고 장 베르트랑아리스티드 대통령이 망명이나 국제사회의 하야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아이티 야권 연합체 `민주주의 강령'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국제사회가 나서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적시에 정연하게 떠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찾아야한다"고 밝혔다.
야권이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망명을 언급하기는 지난 5일 무장봉기로 사태가 격화된 이후 처음이다.

특히 아이티의 절반을 장악한 반군 지도자 기 필리페는 "이 전쟁은 아무도 이길수 없는 전쟁"이라며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하야할 경우 무기를 내려 놓을 준비가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재적 중재노력과 관련해 "아직 수도인 포르토프랭스를 공격하지 않는 것은 평화를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지원하의 국제 중재안을 통한 평화적 해결 가능성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국제사회도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대통령직 유지라는 당초 입장을 재고하는 움직임이포착됐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포르토프랭스의 서방 외교관 2명은 아리스티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방안이 외교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야권은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 앞으로 보낸 서한이 서방 외교관들에 의해완전히 거절되지 않고 검토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서한은 대법원 판사를 임시대통령으로 하고 아리스티드 대통령을 탈출시킨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편 로저 노리에가 미국 국무부 서반구 담당 차관보는 의원들과의 모임에서 아이티 사태의 평화적 해결이 어렵다면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민주당을 비롯한 의회 일부에서는 부시 행정부의 `수수방관'을 비난하는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외무부는 유엔의 승인을 받아 다국적 경찰의 아이티 파견이 결정되면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이날 밝혔다.
앞서 24일 장-마르크 드 라 사블리에르 유엔 주재 프랑스 대사는 "경찰력 혹은 민간인들"을 아이티로 보내는 방안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아이티를 비롯해 카리브해 15개 국가들로 구성된 카리브공동체(CARICOM)는아이티의 대규모 유혈사태를 피하기 위해 유엔 안보리가 정치적, 군사적 방안을 적극 논의해 주기를 바란다고 CARICOM 의장국인 자메이카의 유엔 주재 대사가 이날 밝혔다.
스태퍼드 오닐 대사는 아이티내 친반정부 세력을 격리하기 위해 소규모 "중재병력"을 파견하는 방안도 합리적 해결책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엔의 외교관도 이 같은 중재 병력을 배치해 반정부 세력이 포르토프랭스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 2곳을 봉쇄하면 정치적 해결책을 찾기 위한 시간을 벌 수 있다고지적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자메이카의 이 같은 요청에 따라 25일 긴급회의를 소집했으나 이날 중에 특별한 조치가 이뤄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존 네그로폰테유엔주재 미국 대사는 "오늘 유엔의 평화유지 활동과 관련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안보리는 이날 회의가 끝난 뒤 성명을 발표하고 "안보리 회원국들은 수많은 목숨이 희생되고 인권남용 사태를 야기한 아이티의 폭력사태를 비난한다"면서특히 야당이 유혈사태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중재안을 거부한 데 대해 "유감"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포르토프랭스는 반정부 세력의 공격이 시작됐다는 소식이 없었지만가게와 호텔이 전부 문을 닫는 등 사실상 도시 기능이 마비된 채 `유령의 도시'를방불케했다고 주민들이 전했다.

도심 곳곳에서 약탈행위가 자행되는 가운데 미국 해병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아이티를 탈출하는 외국인들의 수가 갈수록 늘고 있다.
또 아이티 경찰 및 정부 관리30여명은 이날 인근국 도미니카공화국 국경을 넘어 도망갔으나 도미니카공 당국은이들을 되돌려 보냈다.

도미니카공 주재 스페인 대사관은 아이티 거주 자국민을 긴급 대피시키기 위해비행기를 준비했으며, 캐나다도 아이티 거주 자국민 1천여명의 탈출을 돕기 위해 일단의 병력을 포르토프랭스로 보냈다고 확인했다.
이와 함께 외국 선교단 요원들을비롯해 유엔 비필수 요원들과 그 가족들도 미국 해병대의 도움을 받아 아이티를 떠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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