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영화의 주연 여배우가 가족과 친지들로부터 살해위협을 받아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21일 함부르크 모르겐 포스트가 보도했다. 터키계 이민 가정 출신의 독일 여배우 지벨 케킬리(23)는 지난 14일 폐막한 제54회 베를린영화제에서 출연작 `벽을 향해'가 금곰상을 받으면서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신인 스타로 떠올랐다. 그러나 케킬리의 부모와 친척들은 에센시청 청소과 임시 사무직원으로 일해왔던 딸이 갑자기 스타가 된 것을 마냥 기뻐하기 어려웠다. 대부분 터키계와 마찬가지로 이슬람을 믿는 이들은 알몸 출연 장면이 많은데다 신인답지 않은 능숙한 베드신 연기 등에 대한 보도에 불편해했다. 터키가 아닌 독일이었기 때문에 이 정도는 잠시의 소란으로 그칠 수 있었다. 문제는 영화제 폐막 며칠 뒤 케킬리가 하드코어 포르노 영화 네 편에 출연했다는 감춰졌던 사실이 언론에 의해 폭로된 것이다. 가족과 친척들은 연일 이를 취재하는 황색 언론들에 시달리고 터키 이민자 사회에서 얼굴을 들지 못하게 돼 케킬리를 찾아내 이슬람식으로 처단하려 했다. 케킬리의 아버지는 "가족들의 모욕감이 너무나 크다. 2년 전에 함부르크로 이사한 딸이 시청에서 일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런 일이 벌어졌다. 결코 용서할 없다. 다시는 딸을 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케킬리는 남자친구와 동거해오던 함부르크를 경찰의 보호 하에 비밀리에 빠져나와 독일 내의 모처에 은신하고 있다. 당초 포르노 영화 출연 사실을 시인하면서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며 일축했던 케킬리는 파문이 커지자 독일 내에서는 살아갈 수 없어 몇몇 친구들과 함께 망명을 신청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위지들을 포함한 거의 모든 매체가 일간 빌트의 보도를 대대적으로 다룬 이후 시중에선 `벽을 향해' 보다는 케킬리가 출연한 포르노에 대한 관심이 더 높고 이에 따라 비디오 테이프 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황색지들은 지금 까지도 케킬리의 주변 인물들을 찾아다니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찾아내 연일 전하고 있다. 한편 이와 관련해 언론의 지나친 관심과 흥미 위주 보도로 한 여배우이자 여성의 앞날이 파탄나게 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베를린영화제 조직위원장인 디터 코슬릭은 "언론 때문에 케킬리가 바깥 출입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재능있는 젊은 여배우에 대한 야비하고도 분노를 자아내는 공격행위"라면서 "나는 어떠한 도덕적 판단도 하지 않으며 그녀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역시 터키계 이민 2세로 `벽을 향해'로 독일 영화가 18년 만에 금곰상을 받을 수 있게 한 파티 아킨스 감독 역시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다. 아킨스 감독은 당초 보도됐던 것과 달리 영화 촬영을 시작했던 초반에 케킬리의 포르노 영화 출연 사실을 알았으나 그녀의 연기력을 믿고 제작을 진행했으며 케킬리 출연 포르노는 볼 생각도 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자신의 영화가 금공상을 수상하고 모든 것이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의 대상이 돼 이런 식으로 파문이 일어날 것을 상상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