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헌법재판소는 18일 재혼한 뒤엔 전(前)배우자의 성(姓)을 사용하지 못하고 자신의 부모에게 물려받은 성만을 호적에 올릴수 있도록 한 현행 독일 성씨법 관련 규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공영 ARD방송에 따르면 헌재는 성과 이름은 인간의 정체성과 개별성의 표현이므로 헌법에 규정된 인격권으로서 보호를 받아야 하며 결혼을 통해 얻게 된 성도 역시법적으로 완벽한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 재혼한 뒤에도 옛 배우자의 성(姓)을 자신은 물론 새 배우자가 동의할 경우 두 부부의 성으로 호적에 올려 사용할 수 있게 됐다. 예를 들어 뮐러 양이 슈미트 씨와 결혼해 성을 슈미트로 바꿔 살다가 이혼한 뒤 마이어 씨와 재혼해도 슈미트라는 성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그녀 자신 뿐아니라 새남편도 마이어라는 성을 버리고 슈미트로 바꿀 수 있다. 디자이너인 엘케 아로라(64.여) 씨는 1968년 첫 결혼 이후 수십년 간 사용해온전 남편의 성을 새 남편과 자신의 법적 성으로 등록하려다 당국이 재혼 후에는 출생당시 성만 사용할 수 있다는 규정을 들어 거부하자 헌소를 제기했다. 독일에선 당초 결혼 후에 남편 성을 따르도록 되어 있었으나 1976년 법 개정으로 부부가 합의해 어느 한 쪽의 성을 택할 수 있도록 하되 합의가 되지 않으면 남편이 우선권을 갖게 됐다. 또 1991년 헌법재판소가 남편 우선권을 위헌이라고 결정한이후부터 합의가 안되면 각자의 성을 고수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현재 결혼한여성의 5분의 4가 혼인 이후엔 남편을 성을 따라 호적에 올려 사용하고 있다. 헌재 결정은 이같은 법규 변화 과정과 관행에 따라 여성이 혼인 이후 남편 성을수십년 간 사용해 올 수 밖에 없었으며 재혼 후 다시 처녀 시절의 성을 사용토록 법으로 강제할 경우 정체성에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헌재는 성씨법이 실질적인 남녀평등으로 이어지려면 재혼 후에도 옛 배우자 성을 쓰도록 해야 한다고 판단해 내년 3월31일까지 법을 개정토록 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