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동의안이 13일 국회를 통과했다. 한국군 파병지인 이라크 키르쿠크의 현지인 기자들은 한국군 파병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의견을 들어봤다. ▲무하마드 파예크(알 자지라방송기자.쿠르드계) = 개인적으로 한국군의 파병을 환영한다. 나같은 쿠르드계는 사담 후세인 시절에 핍박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외국군대가 오는 걸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국군은 이곳에서 기본적으로 미군과 똑같은 대접을 받을 것이다. 특히 미군을 점령군으로 보는 아랍계의 대부분은 한국군도 침략자로 간주해 공격대상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아랍계 저항세력의 근거지는 키르쿠크 서쪽 하위자이다. 키르쿠크 시내에서는 저항세력이 발붙이기 힘들다. 하위자에 은신하고 있는 저항세력은 팔루자나 라마디같은 지역보다 세력이 크지는 않지만 대단히 조직적이고 위협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한국군이 키르쿠크에서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종족갈등에 휘말리지 않는 게 중요하지만 이것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다. 종족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고, 자칫 유혈분쟁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폭발력이 있기 때문에 한국군이 대단히 신중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미군이 이곳에 와서 잘못한 일들이 있다. 우선 여성을 수색하는 우를 범했다. 아무 때나 집에 들이닥쳐 군화를 신은 채 수색을 하기도 했다. 수색하기 전에 간단히 양해를 구하는 정도는 했어야 한다. 여성을 수색할 경우엔 여성이 나서서 해야 하며, 장롱이나 사물함 같은 건 특히 남자가 뒤지면 안된다. 미군은 또 언제나 물건을 훔쳐간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수색을 하는 경우엔 가족의 입회 하에 하는 게 좋을 것이다. 키르쿠크는 다양한 종족들이 모여 사는 `작은 이라크'로 불리며, 각 종족에 따라 관습도 다르다. 이런 관습들을 잘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한국군에 대한 적대감을 줄이는데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마르완 앨러니(AFP통신 기자.아랍계) = 한국군이 오는걸 환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은 진심으로 한국군을 환영한다기 보다는 한국군과 협력해 이득을 얻으려는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보다 정확할 것이다. 주정부 관리나 경찰,각 부족 대표, 정당, 단체들이 한국군과의 협력에서 뒤지지 않으려 경쟁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하지만 한국군이 첨예하게 얽혀있는 종족, 정당, 종파간 이해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편파적인 입장에 선다면 적대감을 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점에 유의해야 한다. 하위자를 중심으로 한 무장세력의 저항은 이곳에 오는 한국군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될 것이다. 키르쿠크 서쪽 40여㎞ 지점에 하위자는 이라크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전통깊은 아랍계 부족들의 마을로 이뤄져 있다. 사담 후세인 시절에 티크리트와인접한 하위자 출신 인사들이 대거 출세를 했으나 정권이 무너지면서 이들도 함께몰락했고, 대신에 쿠르드족들이 득세를 하는 바람에 이들은 불만이 팽배해 있다. 이들은 또 미군 뿐 아니라 한국군도 침략자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획기적인 대화통로가 마련되지 않는 한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하위자의 저항세력은 팔루자나 모술 등 다른 아랍계 수니파 지역들 못지 않게강력하다고 본다. 올들어 미군이 하위자에 대한 대대적인 작전을 벌여 1천500여명을체포, 이중 900여명의 무자헤딘(전사)을 구금했는 데 이들 중엔 팔루자, 모술, 라마디 등에서 온 저항세력이 대거 포함돼 있었다. 이는 저항세력들이 하위자로 몰려들었다는 관측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하위자에서는 요즘에도 미군에 대한 공격이 매주20건 이상 벌어지고 있다. 미군은 지난해 4월 하위자 도심의 건물을 점거해 이곳에캠프를 차렸으나 저항세력의 집중 공격을 받고 7월에 주둔지를 도시 7㎞ 외곽으로옮겨야 했을 정도다. 하위자의 저항세력이 위협적인 것은 온 주민이 저항에 동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결속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직접 공격에 나서고, 부족장과 아녀자들은 이를 드러나지 않게 지원하고 있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하위자 같은 부족사회에서 미군 편을 든다는 것은 그 사회에서 더 이상 발붙일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하위자에는 980여명의 경찰이 있지만 이들도 거의 저항세력과 연계돼 있어 정보를 제공하고 은밀히 협력하고 있다. 키르쿠크의 다른 지역에서는 경찰이 주요 공격 목표 중의 하나지만 하위자에서는 경찰에 대한 공격이 전혀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나시르 하산(키르쿠크 TV방송국장.쿠르드계) = 우리 쿠르드족은 한국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희망한다. 미국은 이라크와 전쟁을 했지만 한국은 우리의 친구이고,좋은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협력이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 우리 방송은 4개 언어로 하루 6시간씩 방송을 하는데 조금만 균형을 잃어도 각종족들이 들고 일어선다. 예컨대 쿠르드 노래가 좀 길게 나가면 아랍과 터키계의 항의가 빗발친다. 이곳에 오는 한국군에게는 이런 것도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키르쿠크의 치안 상황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얼마전엔 치안이 좀 나아지는듯해 하위자에 우리 기자를 보냈었는데 최근엔 다시 보낼 수 없을 정도로 나빠졌다. 오늘도 폭음이 여러 차례 울렸지만 이제 만성이 돼서 별 걱정도 안한다. 그냥 일상적인 일이다. 지난해말 우리 방송국 앞에서 200㎞짜리 차량폭탄이 터져 8명이죽고 수 십 명이 부상하는 사고가 있었고, 이후로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공격할 것'이라는 경고를 여러차례 받았다. 그래도 우리는 방송을 계속하고 있으며 한국방송사, 기업들과의 협력을 고대한다. 한국군이 올 경우 가장 큰 문제는 하위자와 알 데브스 등지의 저항세력들과의충돌이 될 것이다. 하위자와 티크리트 사이에 있는 키르쿠크 남쪽 75㎞지점의 햄린산맥은 저항세력의 집결지로 소문이 나 있다. 이곳에는 수많은 동굴이 있고 은신처가 있지만 미군이나 이라크 경찰의 통제력이 전혀 미치지 않아 저항세력이 활개를치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는 저항세력들의 훈련장과 무기제조 공장까지 있다는 소문도 있다. (키르쿠크=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