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시기와 이후 64년까지 미국에서 계절 노동자로 일했던 멕시코인 단체 소속원 등 2천여명은 7일(현지시간) 비센테 폭스 대통령의 개인 농장에 불법 진입해 당시 받지 못한 임금의 반환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멕시코 언론이 보도했다. 멕시코 중부 과나후아토주(州) 산 크리스토발 소재 폭스 대통령 농장으로 진입한 이들은 1942-64년 미국의 계절 노동자 프로그램에 따라 미국에서 철도 근로자 또는 농장 인부로 일했을 때 공제됐던 임금의 10%를 아직도 받지 못했다며 미국측이이를 반환해주도록 멕시코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이번 시위를 주도한 관계자 몇명은 폭스 대통령의 가족을 만나기 위해 농장의주택 안으로 진입했으나 당시 폭스 대통령이 농장에 있었는 지 여부는 확실하지 않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첫 외교 방문지이기도 한 이 곳은 현재 폭스 대통령의어머니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 정부는 당시 폭스 대통령의 소재와 이번 사태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시위자들은 고위 관위와의 면담을 허락하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농장을 떠났으며 별다른 물리적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시위자들은 1940년대 초반 미국-멕시코 간 근로 협정에 따라 미국에 계절노동자로 입국한 멕시코인 농장 인부를 지칭하는 브라세로(bracero)들. 지난 2001년 계절 노동자 출신 멕시코인들은 공제금 반환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며, 멕시코 정부는 공제금 반환 문제를 조사하기 위해 의회와 수사 당국을 주축으로 위원회를 결성한 바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미국에서 철도 근로자 또는 농장 잡부로 일했으며 당시 임금의 10%가 공제됐었다. 공제액은 이들이 귀국할 때 미국 은행들이 멕시코 은행으로 이체하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당시 멕시코 노동자들의 상당수는 공제액을 돌려받지 못했을 뿐더러, 공제액을 받을 권한이 없거나 또는 자신들의 명의로 된 계좌도 없다는 사실을 통지받았다고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미국 정부의 기록에는 당시 최소한 3천200만달러가 멕시코 노동자들의 임금에서공제된 것으로 나와 있으나 정확히 얼마가 반환됐는 지는 불명확하다. 1946년 멕시코 정부 기록에 따르면 600만달러를 제외하고 대부분 반환된 것으로나타났으나, 멕시코 노동자 관련 전문가 및 학계의 추산에 따르면 반환돼야 할 돈은이자까지 포함해서 총 5억 달러가 넘는다. 1964년 멕시코 노동자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로 이러한 근로 협정이 폐기됐으나2000년 이후 폭스 정부 들어 양국간 협정이 다시 거론되면서 공제금 반환문제가 돌출되게 됐다. 그러나 당시 노동자들의 공제금을 예치한 은행 가운데 하나인 샌프란시스코 웰스파고은행이나 공제금을 이체받은 멕시코의 은행들도 과거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면서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또 수 십 년이 흐른 지금 당시 노동자들이 노쇠하거나 상당수가 사망한데다 관련 서류들도 찾기가 어려워 해결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당시 시간당 1달러 이하의 낮은 임금을 받은 노동자들이 소송에서 승리할 경우주어지는 반환금은 이자까지 포함해 최고 수 만 달러 수준일 것으로 전해졌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