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이라크 파병에 극력 반대해온 독일정부가 비록 조건을 달긴 했으나 독일군을 파병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일간 디 벨트는 15일자에서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최근 비공개로 진행된 하원 외교위원회 회의에서 "유엔이 결의할 경우 이라크에 독일군의 의료용 수송기인 `메드에박'을 투입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슈뢰더 총리는 "유엔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이라크 일부 지역 지휘권을 부여하고 병력 투입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가결할 경우 독일은 이를 방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말했다. 슈뢰더 총리는 또 이라크전에 적극 동조하며 파병해온 영국과 폴란드 같은 나토회원국들에 대해 `종전에 비해 더 지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디 벨트의 보도내용이 인터넷판을 통해 미리 알려지면서 슈뢰더 총리의 파병 불가 입장이 바뀐 것으로 해석되자 벨라 안다 정부 대변인은 "독일군이 이라크에 파병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기존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안다 대변인은 "합법적인 이라크 정부가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고 유엔이결의할 경우 아무도 요청을 거부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유엔 결의가 있어도 독일은 파병하지 않는다고 천명해온 슈뢰더 총리의 기존 입장과는 다른 것이다. 의료용 군수송기 투입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사민당과 녹색당 뿐아니라 제1 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 등은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공영 ARD 방송은 전했다. 집권 사회민주당과 녹색당의 외교전문가인 게르노트 에를러와 루드거 폴머 의원은 베를리너 차이퉁과 한 대담에서 "비록 의료용 수송기 투입에 독일군 병사가 포함될 지라도 이는 군사적 개입이 아닌 인도적 지원"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민련의 외교정책 전문가 프리드베르트 플뤼거 의원은 일간 라이니셴 포스트와 한 대담에서 "이는 우리 당이 지난해부터 주장해온 책임있는 지원 방식의 하나이자 의미있는 진전"이라며 환영했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