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에 생포된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전 대통령을 전쟁범죄 혐의로 처단하는 데는 법의학 및 고고학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영국 BBC방송 인터넷판이 최근 보도했다. 이 방송은 후세인 정권이 붕괴되자마자 수천구의 시신이 매장된 집단 묘지들이발견됐으며 이 집단 묘지들에서 시신들의 사망경위 등을 조사중인 법의학 및 고고학자들의 결론이 후세인의 전범 혐의에 대한 기초적 증거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고전했다. 반인륜 범죄와 대량학살 관련 증거 수집활동을 벌이고 있는 전문가단체 `인포스'소속의 이언 핸슨 본머스 대학 교수는 "유해와 증거가 회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범인들이 안다면 범죄를 예방하는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법의학자 및 고고학자들은 "시간을 되돌려 범죄 희생자들에게 존엄성을 되찾아는 주는 역할을 맡고 있다"고 말했다. 핸슨 교수 등은 지난 1995년 세르비아측에 의해 학살당한 보스니아계 이슬람교도 7천여명의 시신이 묻혀 있는 스브레니차 마을에서 현장작업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 미국 관리들은 이라크내에는 후세인 정권하에서 처형된 시신 최대 30만구가 묻힌 집단묘지 260여개가 흩어져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발견된 집단 묘지는 남부 바스라에서 작년 12월말 발견된 것으로 이곳에서만 60구의 시신이 나왔는데 이들은 지난 1991년 후세인 정권에 의해 잔인하게 진압된 봉기과정에서 숨진 시아파 이슬람 신도들의 시신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집단 묘지에서는 부패돼가고 있는 옷가지와 뼈, 희생자의 손을 묶었던 철사등도 발견됐다. 핸슨 교수는 그러나 법의학자및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증거는 목격자의 진술 및위성사진과 함께 보조증거로밖에 채택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9년부터 코소보 학살현장에서 조사작업을 벌였던 글래스고 대학의 줄리로버츠 박사는 법의학자 및 고고학자들이 하는 일에 희생자 유족 및 친지들이 과도한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례로 코소보에서는 한 희생자의 아들이 아버지가 학살당하기 직전 뽑은치아를 가져와 시신의 턱에 다시 끼워맞춰 달라고 부탁했지만 희생자가 총살을 당한뒤 불태워졌기 때문에 불가능했었다고 소개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창석기자 kerbero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