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평론가 사카이야 다이치씨는 경제기획청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지난 2000년 말 금융 완화를 놓고 하야미 마사루 전 일본은행 총재와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사카이야 전 장관은 일본 경제를 활주로(불황)에서 대기 중인 비행기에 비유한 후 "이륙을 위해서는 추진력(돈)이 절대 필요하다"며 금융 완화를 촉구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난해 말. 뒷심 부족으로 시동을 꺼뜨렸던 일본 경제는 힘차게 활주로를 이륙,창공을 향해 고개를 바짝 들었다. 안정궤도 진입을 완전히 장담할 수는 없어도 새해 벽두의 일본 경제에는 10년 불황을 탈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실려 있다. 불황의 그림자를 걷어낸 선두 주자는 단연 제조업이다. 반도체,전자부품,자동차 등 일본을 먹여살리는 핵심 주력 산업의 현장은 연말 휴가가 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묻혀 버렸다. 일본 경제의 건강 회복 증거는 혈맥인 금융시스템의 안정에서도 엿볼 수 있다. 고질병으로 꼽혀온 은행들의 불량채권 규모는 지난해 9월 말 현재 28조3천억엔으로,1년반 사이 30% 격감했다. 물론 일본 경제가 다시 활주로에 처박힐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소비가 아직 얼어붙어 있기 때문이다. 산업 현장의 훈풍이 가계 부문으로 확산되고,경제 전반이 활력을 되찾으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얘기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