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에 반대해 내각에서 물러났던 로빈 쿡 전 영국외무장관이 29일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이라크전쟁의 실수를 인정하라고 또다시 가시돋친 발언을 쏟아냈다. 쿡 전 장관은 이날 발행된 인디펜던트지와의 회견에서 블레어 총리는 이라크전의 명분이 됐던 대량살상무기(WMD)가 이라크에 존재한다는 환상을 버려야 한다고 쏘아댔다. 그는 "모든 사람이 환상이라고 여기는 위협(대량살상무기)이 실재한다고 계속해서 믿는 것은 총리로서의 적절한 태도가 아닐 뿐더러 국가 차원에서도 걱정할 만한 일"이라고 비아냥댔다. 그는 또 영국의 네티즌들이 블레어 총리를 가장 신뢰하기 어려운 정치인이라고 꼽은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면서 "신뢰는 한번 잃게 되면 회복하기 어렵고, 총리가신뢰를 잃으면 정부의 신뢰도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고 몰아붙였다. 쿡 전장관은 이어 블레어 총리가 이라크전을 승리한 전쟁으로 간주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라크 바깥에서 여전히 테러위협이 줄지 않았고, 이라크 내부에서도 테러의 새로운 전선이 형성됐다"며 그같은 견해를 반박했다. 블레어 총리는 최근 이라크 주둔 영국군에게 보낸 성탄절 메시지를 통해 이라크전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비밀실험시설과 관련된 많은 증거가 발견됐다"고 말했다가 또 국민을 기만하려 한다는 비난에 직면하는 등 역풍에 시달리고 있다. 그는 특히 영국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인 사이버 브리턴닷컴(CyberBritain.com)이 영국의 대표적 정치인 30명 중 가장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을 뽑는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수위에 올라 망신을 당했다. (런던 AF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