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켜 놓고 방안에서 공부하는 어린이''전력부족으로 영업정지 간판을 내건 음식점' 중국 언론에 요즘 이런 사진들이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지난 60년대 중국의 풍경이 아니다. 올해 8.5%의 고도 경제성장이 예상되는 중국의 또 다른 모습이다. 중국의 전력난이 심각하다. 올 여름에 이어 겨울에도 가정이나 공장에 전기를 제한적으로 보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전력공급부족으로 전체 31개 성 가운데 후난성 저장성 상하이 등 21개 성에서 현재 제한 송전이 이뤄지고 있다.지난해에는 12개 성이 제한송전을 했다. 마오쩌둥의 고향 창사에서는 최근 대낮에 전기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고 중국 언론들은 전한다. 예기치 못한 정전이 자주 발생해 엘리베이터 타기가 겁난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있다. 상하이시도 1주일에 하루는 공장 가동을 중단토록 지시했다. 중국의 전력수급은 오는 2006년이 돼야 균형을 이룰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전력난을 강건너 불구경하듯 보기 힘들다는 데 있다. 중국의 전력난은 전력소비가 급증하는 데도 전력공급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심화되고 있다. 전력공급 차질은 가뭄과 석탄 부족 탓이 크다. 중국은 탄광사고가 자주 발생하자 탄광을 무더기로 폐쇄시켜 석탄부족을 심화시켰다. 한편으로 석탄수요가 많은 철강과 시멘트 등의 투자 과열도 석탄 부족을 부추겼다. 랴오닝성 등지의 일부 발전소는 석탄이 모자라 가동을 아예 중단했다. 중국내 발전소의 75%가 화력발전인 만큼 석탄 확보에 비상이 걸리면서 중국 정부는 석탄을 수출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그런 여파로 중국산 석탄을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는 한전 포스코 등 한국기업들도 원자재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한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의 공장들이 조업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중국의 전력부족 파문은 이제 중국 내부의 경제 문제에서 한 걸음 나아가 이웃나라 한국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정책을 짜거나 기업이 경영전략을 세울 때 중국 경제의 변화를 면밀히 살펴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