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체포는 미국에 심리적ㆍ정치적 승리를 안겨줬다. 후세인 체제가 다시 복귀할지 모른다는 일부 이라크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잠재웠고 전후 처리에 실패했다는 민주당의 정치 공세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미국 언론은 이라크 현지에서 미군을 겨냥한 테러나 저항이 종식될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후세인 체포에도 불구하고 수니 무슬림은 미국이 만든 이라크 정부 수립 구상에 반대하고 있어 정권 이양 및 민주화 과정의 진통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했다. ◆ 테러 및 저항 종식은 미지수 =이라크 현지의 테러를 주동하는 세력은 대체로 후세인을 추종하는 전 바트 당원들로 알려져 있다. 미군의 존 아비자이드 장군은 그 세력이 5천명이 채 안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은 후세인이 총 한 방 쏘지 못하고 무력하게 체포된 것을 보고 구심점을 잃을 것이라는 관측이 강하다. 그러나 후세인이 숨어 있던 현장에서는 전화나 라디오 등 통신 수단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것만으로 보면 후세인이 저항세력들을 후원하는 역할을 했을지는 모르지만 저항을 주도하지는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5일 미군에 저항하는 세력 중 일부는 후세인 추종자들이라기보다는 종교적ㆍ민족적 동기로 일어난 수니 무슬림이라며 향후 수일이나 수주일 내 미군에 대한 공격이 늘어날지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수니파가 밀집해 있는 바그다드 인근 아드히미야에서 후세인 체포 소식이 전해진 후 수십명의 이라크인들이 거리로 나와 "우리의 피와 영혼을 희생하겠다"며 전의를 다졌다고 덧붙였다. 뉴욕 타임스도 테러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게릴라들에 대한 이라크 국민들의 지지는 경제 상황에 대한 불만 때문에 늘어나고 있다며 후세인 체포의 효과는 아직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전체 테러 세력이 몇 명이고 그들이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정확하게 알 수 없다며 이같이 전했다. 월스트리트 저널도 앞으로 수주일이나 수개월이 지나야 후세인 체포가 저항세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후세인 체포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주둔군을 줄이거나 재편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저항세력에는 미국의 이라크 점령에 반대하는 해외 테러조직인 안사르 알 이슬람이나 알카에다 조직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후세인 체포에도 불구하고 저항이나 반격은 계속될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분석이다. ◆ 정권 이양 과정의 진통은 별개의 문제 =이라크 국민의 대다수인 수니 무슬림들이 미군의 이라크 점령과 그들의 계획에 의한 정권 이양으로 기득권을 뺏길 것을 우려하고 있어 정권 수립 과정에서의 진통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는 1991년 걸프전 때 중동 정보국을 이끌었던 월터 팡의 분석을 인용, "수니파(후세인계)는 정권 이양으로 이라크의 주도권이 시아파(다수 종파)에 넘어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런 불안감이 미군에 대한 저항을 촉발시킬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 군정은 후세인 체포로 내년 6월까지 이라크 과도정부에 정권을 넘긴다는 계획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라크 재건 노력에 관한 평가보고서를 낸 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의 바세바 크로커는 "미군이 이라크 전 국민들로부터 좀더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그들의 희망 사항들이 달성된 연후에야 이라크 재건 작업이 전기를 맞을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