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12일 유럽연합(EU) 정상들이 의견차를 해소하지 못해 거대 유럽 출범의 기초가 될 EU 헌법 채택에 실패할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헌법안을 놓고 가입 예정국을 포함한 25개 회원국 정상들이브뤼셀에서 회담을 시작한 가운데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상황이 매우 어렵다"며 "합의 도출이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BBC 방송은 블레어 총리가 공개적으로 합의 도출 실패 가능성을 언급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이번에 EU 헌법 조약이 승인되지 않을 경우 유럽 통합이라는 거대한 흐름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기자들에게 "중요한 점은 제대로 된 올바른 합의에 도달하는 것"이라면서 정상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협상에 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틀 일정으로 개최되는 이번 정상회담의 최대 걸림돌은 25개국으로 확대된 EU의 의사결정 방식과 직결된 투표권 문제. 스페인과 폴란드 등은 2000년 니스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국가별 투표권 제도을 유지하자고 주장하는 반면 인구가 많은 독일과프랑스는 인구비례를 감안한 `이중 다수결제도'를 채택하자고 요구한다. `이중 다수결제도'는 EU 회원국의 과반수와 유럽 인구 60%의 찬성으로 의사를결정하자는 것이지만 니스 정상회담에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29표와 맞먹은 27표의 투표권을 보장받은 스페인과 폴란드는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블레어 총리는 이날 오전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대통령과 조찬 회동을 마친 뒤 "매우 건설적인 대화를 나눴지만 정상회담이 끝날 때까지 협의를 계속해야 한다"고 말해 의견차가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영국 정부 관계자들은 정상들이 의사결정 방식에 대한 합의없이 전체적인 헌법안을 채택하고 수년 뒤 의사결정 방식을 다시 협의한다는 이른바 `랑데부' 조항을 두는 선에서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 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