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브뤼셀에서 유럽연합(EU) 헌법 초안을 논의하기위해 이틀 일정으로 개막되는 EU 정상회담을 앞두고 쟁점에 대한 회원국별 찬반이극명하게 드러나 논의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EU 정책결정을 위한 투표권 문제에 대해 독일, 프랑스 등과 폴란드, 스페인 등이 첨예하게 맞서고 영국은 회원국의 주권을 주장하며 국방과 외교 등에 대한 다수결 투표제 확대를 반대하고 있다. 또 안정.성장협약 등 EU 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으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11일 헌법에 유럽 역사상 기독교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 새로운 대립을 예고했다. 회원국들이 헌법 초안에서 가장 첨예하게 맞서는 부분은 국가별 투표권 문제다. 폴란드와 스페인 등은 향후 정책 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초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경고하는 등 프랑스와 독일 등 통합 확대 국가에 맞서고있다. 회원국 간 대립을 고려한듯 EU 순회의장국인 이탈리아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총리조차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지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말했다. 그는 그러나 "때로는 기적이 일어난다"며 "개별 회원국의 이해는 적법하고 당연한 것이지만 전체 EU차원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여 작업 끝에 마련된 EU 헌법 초안은 정책 결정의 능률성을 높이고 EU 회원국이 15개국에서 내년 5월 25개국으로 늘어나는 것에 대비해 EU 기구를 개편하기 위한 것으로 25개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승인해야 한다. 그러나 영국과 덴마크, 동유럽 신규 회원국 등은 이 헌법 초안 일부가 유럽 초거대국가 출현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으며 독일과 프랑스 등은 다른 회원국이 반대하면 독자적인 계획 추진까지 시사하고 있다. 11일 베를린에서 열린 독일과 폴란드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은 최대 이슈인국가별 투표권에 대해 정면으로 대립했다. 폴란드와 스페인은 정책 결정과정에서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에 더 큰권한을 인정하는 헌법 초안 내용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알렉산데르 크바스니예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회담 후 "현실적으로 오늘 타협안 마련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으며 앞서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헌법 초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아나 팔라시오 스페인 외무장관도 프랑스 라디오에서 "현 헌법 초안을 받아들일수 없다"며 자국의 투표권 감소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는 ARD 공영 TV에서 투표권 문제에 대해 폴란드를비난하며 EU에 가입하자마자 거부권을 들고나와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헌법 초안 중 세금과 외교 등의 내용에 문제를 제기해온 영국 역시 이번 정상회담에서 합의 전망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잭 스트로 영국 외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아직도 어려운 협상이 많이 남아있다"며 "(합의 가능성을)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은 국방과 사법, 국내문제, 세금, 외교정책 등에 대한 주권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며 "이런 분야에 대한 다수결 투표제 확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회원국들의 안정.성장협정 준수 강화방안과 유럽의회의 예산권 제한 등도 회원국 사이에 이견이 커 향후 논의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또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이날 바티칸 미사에서 "오늘날 유럽이 전통적 가치관을 보호하고 기독교가 그런 가치관을 강화하고 조정하며 공고히 하는 원동력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아일랜드와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등 전통적 로마카톨릭 국가들은 기독교에 대한 언급이 헌법에 포함되는 것을 지지하고 있으나 프랑스와 벨기에등은 정교분리 원칙을 강조하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한편 EU 정상회담이 열리는 브뤼셀에서는 이날 오전 회원국 정상들의 도착에 앞서 보안장벽이 세워지고 경찰의 순찰이 강화됐으며 회의장 출입구마다 보안 문과 폭발물 감지기가 설치되는 등 삼엄한 경계가 펼쳐지고 있다. (브뤼셀 AP.AFP=연합뉴스) yung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