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일 자신의 가문과 끈끈한 유대를 맺고 있는 제임스 베이커 전(前) 국무장관을 이라크 국가채무를 조정할 `개인특사'로 지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이라크과도통치위원회의 요청에 따라 특사를 지명했다고 설명하고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내게 직보(直報)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베이커 특사가 각 국 정부의 고위급 인사 및 국제기구, 이라크국민들과 함께 이라크 국가채무를 구조 개편하고 감축하는 노력을 주도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쟁으로 피폐된 이라크는 여타 국가들을 상대로 1천250억달러의 채무를 안고있다. 이라크는 이와 함께 1991년 걸프전의 전쟁배상금 1천억달러를 갚아야 한다. 매클렐런 대변인은 베이커 특사가 이라크의 대외채무 탕감을 추진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부시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라크 국민의 미래가 과거 후세인 정권을 배불리기위해 유발된 채무의 막대한 부담에 담보로 발목이 잡혀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채무조정 문제와 관련해서는 "희망과 창창한 앞날의 순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라크에 부당하게 부담을 지우지 않는, 공정한 방식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변호사로 활동중인 베이커 특사는 지난 1989-92년 부시 현 대통령의 부친인 조지 부시 전 대통령 행정부에서 국무장관으로 재직했으며 91년 이라크를 상대로걸프전을 수행할 당시 국제사회로부터 광범위한 지지를 이끌어내 걸프전의 승리에일조했다.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에서는 1981-85년 백악관 비서실장, 1985-88년 재무장관을 각각 역임했으며 제럴드 포드 행정부에서는 상무차관을 지냈다. 포드, 레이건, 그리고 부시 부자 등 4명의 대통령의 대선 선거운동 참모로 활동했으며 1992년 대선에서는 부시 전 대통령의 선거운동본부장을 맡았다. 특히 2000년 대선당시에는 논란을 불러온 플로리다주 재개표 상황을 총괄, 부시대통령의 당선을 이끌었다. 부시 대통령과 같은 텍사스 출신인 베이커 특사는 딕 체니 부통령과 함께 부시가문의 대표적 측근그룹을 이루는 인물이다. 베이커 특사는 지난해 8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국제사회의 지원없이 이라크를 침공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한 적이 있어 눈길을 끈다. 이라크 과도정부는 5일 성명을 내고 이라크 채무조정 역할을 수행할 인물로 베이커 특사가 임명된데 대해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 등 16개국은 이날 대(對)이라크 수출에 대해보험을 제공하는 내용의 협정에 서명했다. 이라크 전후복구와 경제회복을 위해 마련된 이 협정은 이라크로 수출하는 단기상품 및 서비스에 대해 총 24억달러의 보증을 제공하는 형식이며, 이러한 수출보증에 따라 앞으로 이라크를 상대로 한 교역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워싱턴 AFP=연합뉴스) shpark@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