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한국문화 선풍의 트로이카는 '영화, 온라인게임, TV 프로그램'이다. 김치, 비빔밥과 김 등을 선두주자로 한 먹거리가 2000년 초반까지 일본의 코리아붐을 이끈 선두주자였다면 2002한ㆍ일월드컵 공동개최를 전후해 주역이 이들 삼총사로 바뀌었다. 물론 김치 등 한국을 대표하는 먹거리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과 애정이 시들해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 언론은 일부 음식문화에 치우쳤던 일본인들의 한국 열기가 이제는 영상, 오락문화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분석하고 이들 분야의 붐이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 경제주간지 는 최근 실시한 인터넷 설문조사(응답자 409명)에서 한국 영화, 게임 등의 붐이 '반짝현상으로 끝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보다 '뿌리를 내릴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훨씬 더 높았다고 밝혔다. 부정적인 답이 40.6%에 그친 데 반해 밝게 내다 본 긍정적 답이 59.4%로 나타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앞으로 가장 인기를 끌 주역으로 영화(배우 포함ㆍ82.7%)를 꼽았다. 그 다음으로 음악과 TV 프로그램이 높은 지지를 얻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실제로 한국 영화와 TV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응답비율이었다. '예스'라고 답한 비율은 불과 19.1%에 그쳤다. 한국 영화, TV 프로그램의 인기가 상승가도를 달릴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한 가운데서도 실제로 경험해 봤다는 사람은 10명 중 2명도 안된다는 이야기였다. 이와 관련, 는 관심은 높지만 스스로 즐겨볼 수준까지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이와 함께 체험해 본 사람들의 소감을 물어본 결과 34.6%의 응답자가 '한국산 콘텐츠를 또다시 체험하고 싶다'고 말했다. 의 조사는 영화, TV 프로그램 등 한국 현대 대중문화의 일본시장 정착 가능성에 대해 희망적 결과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만만치 않다. 직접 경험한 인구가 적은 상황에서도 낙관적 응답이 나왔다는 것은 상대적으로 앞으로의 전망을 더 밝게 비춰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의 경우 이미 18억엔의 흥행수입을 올린 에 이어 등 후속작품들이 연속 대박을 터뜨리면서 코리아붐은 사상 최고조에 이른 상태다. 출판기획자인 야마시타 다케오씨(41)는 영화 덕분에 한국을 좋아하게 된 대표적 사례다. 한국 영화에 흠뻑 빠지다 보니 영화에 나오는 촬영지를 직접 찾아가 보기도 하고 소주도 마시게 됐다는 그는 "정치적, 유교적 색채가 짙었던 80년대는 그 시절대로, 최근은 최근대로 또 다른 맛이 있는 게 한국 영화"라고 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를 계기로 한창 주가가 오른 TV 드라마와 네티즌들을 사로잡고 있는 온라인 게임은 코리아붐을 안방으로 끌어들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주인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대중문화의 인기에 대한 경계, 또는 부정적 시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인기가 반짝현상으로 끝날 것이라고 답한 47세의 남성은 "올바른 역사 인식이 결여된 상태에서는 참된 의미의 문화교류가 불가능하다"며 묘한 앙금과 여운을 남겼다. 대중문화 교류도 교류지만 역사왜곡 교과서에서 불거진 것과 같은 양국간 역사 인식을 둘러싼 문제를 지적하는 견해가 두드러졌다는 것이 의 분석이다. 또 다른 50세 남성은 "풀뿌리 문화교류는 조금씩 앞으로 나가는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 단시간에 후끈 달아오른 코리아붐에 역시 경계심을 나타냈다.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