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에이즈퇴치계획(UNAIDS)은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아프리카 등 빈국(貧國) 주민 300만명에게 오는2005년까지 에이즈 신약을 공급하는 야심찬 계획에 착수했다. 이종욱 WHO 사무총장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에이즈 예방과 치료는 세계가 직면한 가장 어려운 건강문제이면서, 동시에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라며 "목숨이경각에 달려 있는 수백만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광범위하고 파격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 계획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총장이 지난 7월 취임연설을 통해 구체화한 이 계획은 돈이 없어 치료를 못받는 개도국의 에이즈 환자 300만명에게 항레트로바이러스치료제(ARV)를 2005년까지 공급한다고 해서 `쓰리 바이 포(3 by 5)' 프로젝트로 명명됐다. 값이 비싸 선진국의 부유층 에이즈 감염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ARV는 에이즈 치료 효능이 있는 약제 3가지를 섞어 만들어 `삼중치료 칵테일'로 불린다. 이 약은 에이즈를 완전히 치료하지는 못하지만 에이즈 발병을 막아 이 약을 계속 복용하는 에이즈 바이러스 감염자는 거의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 WHO는 향후 2년간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55억달러 가량이 소요될 것으로예상하고 있다. 이 총장은 이와 관련, `쓰리 바이 포'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비용은 에이즈로 가장 고통받고 있는 해당국을 포함해 모든 곳에서 모금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해 대규모 자금조달안을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유엔에이즈퇴치계획에 따르면 현재 4천만명 이상이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돼있으며, 올해에만 300만명 이상이 에이즈로 사망할 것으로 보인다. WHO는 에이즈 감염자중 500만명 이상이 당장 ARV를 필요로 하고 있지만 비용과 특허권 문제 등에 따른 공급 제약으로 40만명 정도만 ARV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사들의 자원봉사단체인 `국경없는 의사회'는 ARV의 원활한 공급에걸림돌이 되고 있는 특허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에이즈가 가장 극심한 아프리카 국가들이 에이즈 치료제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상표등록이 돼 있지 않은 카피 약을 자국에서 생산할 수 있는 권리를달라고 주장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지속가능한 개발을 주제로 이번 주말 파리에서 열린 지구촌 포럼에 참석한 아프리카 대표들은 개도국 환자를 위한 치료제 개발이 등한시되고 있다며 효능에서 별반차이가 없는 카피약을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허용해 줄 것을 촉구했다. 한편 450만명 이상이 에이즈에 감염돼 아프리카 지역 이외에서는 가장 많은 에이즈 감염자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 정부는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저가 에이즈 치료제 공급을 골자로 한 에이즈 퇴치 계획을 발표했다. 수시마 스와라지 인도 보건장관은 1일 기자회견을 갖고 "내년 4월부터 4천만달러의 예산을 투입해 관영 병원에서 치료중인 에이즈 환자들에게 제약회사의 협조를얻어 저가 치료제를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유엔은 인도의 에이즈 확산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오는 2005년이 되면 아프리카국가를 제치고 세계에서 에이즈 감염자가 가장 많은 국가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나이로비 A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