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유럽연합(EU) 헌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능성을 시사해 금년 말로 예정된 헌법 확정 일정에 차질이 예상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 등 영국 언론은 25일 영국 외무부가 처음으로 국방.외교.조세정책에 독립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EU 헌법을 거부할 계획임을 시사했다면서 이로 인해 금주 말로 예정된 정부간 협의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파이낸셜 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영국 외무부 고위 소식통은 "헌법 제정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지만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다"고 말해 영국의 `금지선'이 무너질 경우 헌법 자체를 거부할 것임을 시사했다. 데일리 텔레그래프도 "영국 EU에 거부권 행사 위협"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통해 이 소식통이 "헌법에 대한 합의가 없으면 모든 일이 복잡해 지지만, 기존 협약들로도 유럽 통합은 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의 이 같은 강경한 자세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이 24일 런던에서 만나 유럽 국가들간의 안보.방위 부문 협력 확대에도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가 유럽 방위정책의 근간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이라고 약속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블레어 총리는 국방.외교.조세 주권은 결코 양보할 수 없으며 EU 헌법이 이런`금지선'을 넘는 상황을 절대로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EU 외무장관들은 오는 28~30일 이탈리아에서 회동, 헌법안을 협의할 예정이며 EU 순회의장국인 이탈리아는 다음달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헌법을 확정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한편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도 24일 EU 회원국들의 조세 정책을 단일화하기위한 어떠한 시도도 유럽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주장, `조세 주권' 이양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런던=연합뉴스) 이창섭특파원 lc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