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야당의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촉발된 그루지야 정국 혼란이 합법적으로 수습되길 바란다고 이고리 이바노프 외무장관이 23일 밝혔다. 그루지야 사태 중재차 수도 트빌리시를 방문중인 이바노프 장관은 밤샘 국회의사당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는 반정부 시위대에게 "사태를 평화적으로 풀지 못하면그루지야 전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그루지야 여야 지도자들과 함께 헌법에 근거한 타협점을 찾는 것이 이번방문의 목적"이라며 "모든 상황이 헌법과 법률 테두리 안에서 전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바노프 장관은 이어 국회의사당으로 들어가 이번 셰바르드나제 퇴진 요구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미하일 사카쉬빌리 국민행동당 당수와 니노 부르자나제(여) 민주당 당수, 주랍 즈바니야 등 야당 지도자들과 만나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세 야당 지도자와 회담한 뒤 "현재로선 코멘트할 것이 없다"고 자세한 언급을 회피했다. 사카쉬빌리 당수는 그러나 "이바노프 장관에게 우리들의 명확한 입장을 설명했다"면서 "러시아가 앞으로 사태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루스타비-2 TV와 회견에서 "나는 대통령과 의회가 바뀌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설명했으며, 이바노프 장관도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에게 이같은 입장을 전달하기로 약속했다"면서 "우리는 평화적 정권 교체를 지원하는 어떤 단체나 인물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사카쉬빌리 당수는 또 "이바노프 장관은 그루지야 주둔 러시아군 동원 가능성을일축했다"면서 "러시아는 그동안 그루지야 문제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바노프 장관은 이날 중 트빌리시 외곽의 한 영빈관에 피해 있는 셰바르드나제대통령과도 만나 의견을 나눌 계획이다. 앞서 그는 이날 새벽 트빌리시 공항 도착 직후에도 "러시아는 그루지야 문제에결코 개입한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그러나 그루지야의 운명에 러시아가 무관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그루지야에 배치된 러시아군은 이번 사태에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든 병력은 현재 일상 업무에 충실하고 있다"고 엄정 중립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편 레오니드 쿠츠마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앞서 22일 발표한 성명에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을 축출하려는 야당측 기도를 비난하며 모든 문제를 법을 통해 해결할것을 촉구했다. 옛 소련 공화국들의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 12개 회원국 의장 자격으로 성명을 발표한 쿠츠마 대통령은 "그루지야 정당들은 비헌법적 방법으로 정권을 잡을 준비를 하고 있으나 이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CIS는 국가의독립과 영토적 통합성을 우려하는 그루지야의 모든 정파가 하루 빨리 민주주의와 헌법을 회복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