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소련 외무장관으로,미하일 고르바초프와 함께 동·서 냉전체제를 허물어 그루지야 '국부'로 추앙받아온 예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 대통령(75)이 부패한 정치인으로 몰려, 사임했다.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에 반대하는 야당과 수만명의 반정부 시위대는 22일 국회의사당에 이어 대통령궁에도 진입,정권 장악을 선언하고 니노 부르드나제 민주당 당수를 임시 대통령으로 지명했다. 이에 대해 수도 트빌리시 외곽에 피신한 셰바르드나제 대통령은 23일 대통령 선거의 조기실시 문제를 협의할 용의가 있다고 밝혀,유혈 사태는 피할 수 있게 됐다. 셰바르드나제의 몰락은 지난 2일 실시된 총선이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대통령에 대한 신임 투표 성격을 띤 이번 선거에서 집권 여당측은 조직적이고 광범위한 부정을 자행,국민들의 불만을 샀다. 하지만 불만의 근본적 원인은 지난 91년 옛 소련 해체로 독립한 이후 국가 전체에 만연한 부정부패와 경제난에서 비롯됐다. 옛 소련 시절 '과일 바구니'로 불릴 정도로 잠재력을 인정받던 그루지야는 95년 셰바르드나제가 대통령이 된 후 독립국가연합(CIS) 가운데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으로 추락했다. 일부 부패 세력이 권력과 국부를 장악했고,다수 국민은 빈민층으로 전락한 것이다. 1928년생인 셰바르드나제는 46년 옛 소련 공산당에 입당,국가보안위원회(KGB) 의장을 거쳐 72년 최고위직인 공산당 서기장에 올랐다. 90년 외무장관직에서 물러나 조국인 그루지야로 돌아왔으며,독립과 함께 국가안보위원회 서기에 취임하면서 국가 지도자가 됐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