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시오 구티에레스 에콰도르 대통령은작년 대선에서 자신의 소속당이 마약 밀거래 혐의를 받고 있는 유력 정치인으로부터3만달러의 기부를 받았다면 대통령직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21일 밝혔다. 구티에레스 대통령은 에콰도르 가마비시온 TV와의 회견에서 "대선자금 수사당국이 그것을 증명할 수 있다면 확실히 나는 법에 따를 것"이라면서 "그러나 마약 밀거래 자금을 선거 캠프에서 받은 일이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에콰도르 유력 일간지 엘 코메르시오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구티에레스 대통령의 애국사회당이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유력 사업가 출신으로 현재 마약밀거래 혐의로 구속 수감된 세사르 페르난데스 전 마나비주(州) 주지사로부터 3만달러를 받았으며 이는 선거 당국에 보고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에콰도르내 좌파 및 서민계층의 열광적인 지지로 예비역 대령출신의 구티에레스 대통령이 당선한 상황에서 이 같은 대선 자금 스캔들이 불거지자수많은 에콰도르 시민들은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국내 상황은 구티에레스 대통령의 사위로 지난해 대선에서 애국사회당 선거캠프를 막후에서 선두 지휘한 것으로 알려진 나폴레온 비야가 당직 일선에서 물러나 휴가를 청할 정도로 악화됐다. 현재 에콰도르 의회는 구티에레스 대통령의 대선 자금에 대한 수사를 공식 개시했다. 페르난데스 전 주지사의 자금 수수 의혹이 의회 및 수사 당국 조사에서 사실로 드러날 경우 구티에레스 대통령은 오는 2007년으로 된 대통령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강제로 중도 사임을 당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당선한 구티에레스 대통령은 현역 육군 대령이었던 2000년 1월 부정부패와 무능의 대명사였던 하밀 마와드 전 대통령을 축출하는 데 앞장섰던 인물이다. 쿠데타 직후 정권을 장악한 그는 곧바로 구스타보 노보아 전(前) 부통령에 실권을 넘겨준 뒤 예편했으나 원주민 단체와 에콰도르 공산당, 좌파성향 노조의 강력한지지 속에 대통령 후보 수업을 받았다. 이 때문에 그에게는 `좌파지도자'라는 수식어가 줄곧 따라다녔으나 정작 그 자신은 "결코 공산주의자가 아니며 사유재산과 인권을 존중하는 기독교도"라는 점을 강조해왔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