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이스탄불 소재 유대교회당에서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한 지 불과 닷새만에 다시 이스탄불에서 연쇄 자살폭탄 테러가 일어나자 테러의 원인과 배경, 시기 등에 대한 분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국 CNN이나 영국 BBC 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국제테러 전문가들이나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가 알-카에다의 전형적인 수법인 연쇄 자살 폭탄 공격이었다는 점에서 이른바 `알-카에다의 재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이번 공격이 이슬람 국가이면서도 정.교 분리원칙을 따르고 있는 터키에서발생한 점이나,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영국 방문 시기를 택한 점 등을 감안할 때 오래전부터 치밀하게 계획된 `작품'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알-카에다 재기했다 = AFP통신은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을 빌어 최근 발생한 일련의 공격은 미국이 이라크에서 저항세력들의 잇단 공격으로 주춤하고 있는 사이알-카에다가 재기에 성공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진단했다. 테러관련 싱크탱크(두뇌집단)인 `글로벌디펜스.org'의 패트릭 가렛은 "최근 발생한 공격들은 알-카에다가 돌아왔다는 암시"라면서 "이는 그들이 세포조직을 재건할 수 있었다는 신호인 동시에 미국의 관심이 온통 이라크에만 집중돼있는 것으로 본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조지타운대 로이 고드슨 교수도 "알-카에다가 돌아왔다"면서 "그들은 사람들을 모집하고, 안가를 짓고, 폭발물 사용법을 훈련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테러전문가 데이비드 클래리지의 분석을 인용해 이번 테러가 자살공격의 방식을 사용한 데다 여러 건이 동시에 이뤄졌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알-카에다의 수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전했다. 또다른 전문가 사얀 고헬은 이런 종류의 테러공격은 사전에 잘 계획된 것이고,국제테러단체가 주도적 역할을 한 것이 확실하다며 향후 수개월내에 영국을 비롯한 서방국가의 표적에 대한 추가 공격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왜 이스탄불 노렸나 = 최근 일련의 테러가 터키 이스탄불에서 집중되고 있는것은 터키가 유럽과 아시아의 경계에 위치해있다는 지정학적 요인에다 오스만투르크제국을 계승한 이슬람국가이면서도 이스라엘이나 미국 등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점 등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터키는 이라크전쟁과 관련, 미군의 자국기지사용을 불허하고 이라크 파병결정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전쟁기간 내내 미국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혀왔다. 이스탄불의한 주민은 최근 발생한 4건의 테러공격은 미국과 동맹관계를 가진 모든 국가들에 대한 경고라고 지적했다. 터키는 또 이슬람권중 유일하게 이스라엘을 인정하고 기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으며, 아랍권내 강경파들은 특히 터키가 이스라엘과 체결한 경제.군사조약에 의심스런 눈길을 보내고 있다. 게다가 터키는 이슬람 전통에 뿌리를 둔 정의발전당이 집권하고 있으면서도 정치와 종교를 엄격히 분리하고 있는 이른바 `세속국가'인데다, 내년말 유럽연합(EU)가입을 목표로 일련의 민주화 프로그램을 추진하는 등 친서방 정책을 추구해왔다. 또 터키는 옛 이슬람권의 맹주인 오스만투르크를 계승한 국가인데다, 수도 이스탄불은 알-카에다 또는 이슬람 수니파 테러리트들에게 있어 되찾아야 할 `칼리프의 성지'로 간주돼왔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슬람권도 더이상 안전지대 아니다 = 최근 터키에서 연이어 발생한 테러공격은 이슬람권도 알-카에다나 그 동조세력들의 공격으로부터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알-카에다가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로인해 정교한 훈련을 받은 수 백명의 전사들이 중동에서 아시아에 이르기까지 각국으로 도주했고 이들은 각지에서 새로운 표적을 찾아 공격을 감행하려 하고 있다. 이로인해 각국 정보기관들은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인도네시아, 모로코, 필리핀에 이어 터키에서 발생한 공격들이 오사마 빈 라덴의 작품인지 또는 이와 유사한 철학적 기반을 가진 다른 테러조직의 소행인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프랑스 국제.전략관계연구소(IRIS)의 바르텔레미 쿠르몽 연구원은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은 이제 서방세계와 연관된 이슬람 국가들에 대한 공격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부시 영국방문 기간 노렸다= 이번 공격이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영국 방문기간에 발생했다는 점도 서방세계에 보내는 중대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라크 전후 처리에 여념이 없는 부시 대통령이 영국을 방문한 동안 미국과 영국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대(對)테러 경계태세가 허술한 터키에서 영국계 표적을 노림으로써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것. 한 이슬람권 전문가는 "이번 공격의 시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면서 "알-카에다는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공격 날짜를 매우 신중하게 선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