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륭한 성적을 올려 준 선수와 좋은 재료(나무)를 길러 준 자연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올해로 환갑의 나이를 넘긴 기후현의 구보다 이소카즈씨.60평생을 도쿄 시골 마을에서 살아 온 그가 20일 일본 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다. 야구 방망이 덕이었다. 후생노동성이 선정한 '2003년 현대 명공(名工) 1백50명'에 이름을 올린 그는 이날 표창식에서 밝은 표정으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면서도 끝내 겸손을 잃지 않았다. 그가 스포츠용품 메이커 미즈노에 입사한 것은 중학교 졸업 직후인 1959년.진학을 포기하고 취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나무를 깎아 야구방망이를 만드는 일을 천직으로 알고 묵묵히 외길을 걸어 왔다. 나무와 나무를 깎는 공구, 그리고 조그만 작업장이 그의 동반자이자 삶의 무대였지만 그는 한눈 팔지 않았다. 야구 방망이에만 인생을 걸었다. 그의 손길을 거친 방망이는 44년간 1천5백여 선수들을 스타로 키운 결정적 거름이 됐다. 선수들의 타격 습관과 신체적 조건까지 계산에 넣고 치밀하게 만들어낸 그의 '작품'은 마쓰이 히데키,이치로 등 일본의 초일류 스타 선수들이 갖고 다니는 '최고의 방망이'로 자리 잡았다. 특이한 기능과 재주로 달인의 경지에 올라 표창받은 명공은 구보다씨만이 아니다. 천문대의 천체망원경용 렌즈 연마에 평생을 바친 사람, 원예 조경이라는 한 우물만 판 84세의 고령자, 개발 중인 자동차와 씨름해 온 테스트 드라이버 등 각양각색의 프로 인생이 표창대 앞에 섰다. 하찮은 일로 비칠 수 있어도 그 하나에만 인생을 건 달인을 알아주는 일본 사회의 분위기는 외국인들의 뇌리에 참뜻이 쉽게 전달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일본 이코노미스트와 언론은 일본을 먹여 살리는 힘은 제조업에서 나온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프로 인생이야말로 제조업 강국을 떠받치는 풀뿌리임이 분명하다고 대접하고 있는 것이다. '평균 연령 63.4세' 달인은 세월과 정열, 그리고 주위의 격려와 관심으로만 만들어진다는 것을 일본의 프로인생은 보여주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