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항구를 통한 천연가스 수출에 반대한 국민의 반정부 시위로 지난달 볼리비아 대통령까지 물러날 정도로 아직도 서로칠레-볼리비아 간 영토분쟁이 심각하다. 이런 상황에서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볼리비아 영토회복 주장에 편을 들자 칠레 정부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칠레 정부는 18일 내륙국가 볼리비아가 전쟁으로 칠레에게 빼앗긴 해안 지방을되찾아 태평양 진입이 허용돼야 한다는 차베스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한 협의를 위해베네수엘라 주재 자국 대사를 즉각 소환했다며 격앙된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 앞서 차베스 대통령은 지난 14∼15일 볼리비아에서 열린 이베로-아메리카 정상회담과 관련한 포럼에서 자신은 언젠가 `볼리비아 해변'을 방문하고 싶다고 말해 볼리비아의 해안 영토 회복 노력을 지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프란시스코 비달 칠레 대통령궁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하고 "이 (칠레-볼리비안간 국경) 문제는 칠레와 볼리비아만 관여할 사안이지 다른 어느 누구의 문제도 아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칠레 외무부 대변인은 이번 차베스 대통령 발언과 관련한 협의를 위해 베네수엘라 주재 자국 대사가 소환됐다고 밝혔다. 또 솔레다드 알베아르 칠레 외무장관은 리카르도 라고스 대통령에게 이번 사태에 대해 보고할 것으로 알려지는 등 칠레 정부는 격앙된 모습을 보였다. 칠레와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서 반(反) 차베스 쿠데타가 발생했을때 당시 베네수엘라 주재 칠레 대사가 쿠데타 주도 세력을 지지하는 발언을 함으로써 잠시 외교적 긴장 관계를 빚은 바 있다. 이 일로 당시 대사는 경질됐다. 볼리비아는 전통적으로 미주대륙의 모든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 왔으나칠레와는 전쟁을 치르는 등 불편한 관계다. 볼리비아는 1879∼83년 인접한 칠레와전쟁을 한 뒤 영토의 60%를 잃고 태평양을 향한 해상 출구가 막혀 내륙국으로 전락했다. 이후 양국은 라우카 강 이용을 둘러싼 분쟁으로 1962년 외교관계를 단절했으며,1975년 복교했으나 1978년 볼리비아의 해양접근 조약 협상이 실패한 후 재차 외교관계를 끊었다. 이 사건 이래 양국 모두 서로간에 대사관, 심지어 영사관도 두지 않을정도로 외교적 긴장관계가 계속되고 있다. 근년들어 칠레와 볼리비아는 양국간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을 시험삼아시도했으나 거의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지난달 칠레 항구를 통해천연가스를 미국과 멕시코에 수출한다는 볼리비아 정부의 계획으로 촉발된 국민의반정부 시위로 곤살로 산체스 데 로사다 전 볼리비아 대통령이 하야하면서 125년 역사를 가진 양국간 국경분쟁은 다시금 전세계에 알려지게 됐다.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김영섭 특파원 kimy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