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에 주권을 조기 이양키로 한 미국의 결정은 커다란 위험을 안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넷판이 17일 보도했다. 보수성향의 WSJ는 미국은 현재 이라크에 양성중인 이라크 경찰과 국경수비대 등에 군사적 임무를 떠맡기고 13만명의 이라크 주둔 병력 중 일부를 철수시킨다는 계획이지만 이에 따른 장애와 위험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미 정부가 지난 7월 이후 이라크에 13만명 규모의 보안군을 창설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이 갈수록 치밀해지고 있는 저항세력과 대적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권력을 조기에 이양하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향후 이라크를 통치할인사들과 헌법 구성에 대한 통제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 이는 이슬람주의자들과 사담 후세인 정권 시절 바트당 동조자들에게 길을 열어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신문은 이라크의 주권 조기 이양에 대한 위험성을 이 같이 지적한 뒤 미국이 추구할 수 있는 4가지 시나리오를 다음과 같이 제시했다. 그러나 이 또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 이라크에서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는 미국의 선택 폭이 넓지 않음을 시사했다. ▲미군 전면 철수 = 미국은 이라크에서 완전 철수함으로써 이라크 저항세력의공격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 방안은 이라크의 혼란을 끝내기 위한 하나의 처방은 될 수 있으나 비록 사담후세인 자신은 아닐지라도 바트당이 재집권하는 길을 열어줄 수 있다. ▲이라크 분할 = 이라크의 새 정부를 구성하는 데 있어서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쿠르드족(북부)과 수니파(중부), 시아파 이슬람교도(남부) 등 결합하기 어려운 세 지역으로 분리돼 있다는 것. 이라크의 분할은 곧 내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부 지방의 수니파는 권력과 군사시설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러나 이라크의 자산인 석유는 남부와북부 사이에 걸쳐 있어 이를 둘러싼 치열한 대립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이란과 터키가 각각 남부와 북부에서 개입,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여지가 있다. ▲미군의 대폭 증강 = 이라크 저항세력의 거센 저항에 대해 현재 주둔중인 13만명의 병력을 계속 주둔시키거나 병력을 대폭 증강하는 방안. 그러나 미국은 이라크 외에도 아프가니스탄, 보스니아 등에 병력을 파견하고 있고 북핵 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병력을 증강할 여유가 없다. 병력을 증강하더라도 더 많은 테러 위협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 의존 = 미국이 이라크에 대한 점령통치와 재건에 대한 패배를 인정하고 유엔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등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안. 이 방안은 이라크전이 종료된 후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 있었으나 부시 대통령은이라크에 대한 미국의 통제권 유지와 미국이 원하는 새로운 이라크 정부를 구성하길원했다. 그러나 이라크 상황이 악화된 현재 상황에서 동맹국들은 미국이 만들어 놓은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떠맡을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