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은 중국 남부 광둥성에서 최초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환자가 발생한지 1년이 되는 날. 광둥성에서 발생한 의문의 전염병은 12월에 들어서면서 무서운 기세로 번지기시작해 의료진들을 당황케했다. 사스로 명명된 이 전염병은 북상, 이듬해 2월말에는 수도 베이징으로 번졌다. 인접한 홍콩에서는 학교가 일제히 문을 닫고 병원마다 환자들로 넘치기 시작했다. 3월에는 베트남과 캐나다으로 번졌고 결국은 30여개국이 영향권에 들어갔다. 세 계보건기구(WHO)가 최종 집계한 환자수는 8천98명, 사망자는 774명이었다. 여행 자제 권고 때문에 국제항공운송산업과 관광산업은 세계 경기 회복 지연,이라크 전쟁에다 사스의 충격파가 겹쳐 막대한 피해를 냈다. 두 산업은 최근에 들어서야 겨우 회복의 기미를 보여주고 있다. 사스 피해가 집중된 중국과 홍콩의 경제적 피해도 컸다. 아시아개발은행(ADB)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손실은 국내총생산(GDP)의 1.3%에 해당하는 179억 달러. 홍콩의 사스 피해는 GDP의 7.6%에 해당하는 120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사스 바이러스는 공기를 통해 전파되지 않으며 환자들과직접 접 촉하는 의료계 종사자들의 리스크가 높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난 현재도 신속한 전파력을 가진 사스 바이러스의 출처는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동물로부터 인간에게 전이됐다는 학설이 설득력을 갖고 있고 실제로 광둥성의식자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6종의 야생동물이 의심을 받고 있다. 이중 어떤 동물에서 인간에게로 전이됐는지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지난해 이맘때 동시에 다수의 전이가 발생했다는 학설도 제시되고 있다. WHO가 초근 발표한 보고서는 초기 사스 환자들의 3분의 1은 야생동물을 도살하거나 거래하던 사람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스가 이른바 `동물원성(動物源性) 감염증(zoonosis)'이라는데 대부분 동의하지만 사태 발생 초기의 전파 경로를 소상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사스 사태로 광둥성의 열악한 위생환경과 중국 당국의 엉성한 방역체계는 국제적으로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중국의 방역체계는 세계보건기구등의 협력에 힘입어 개선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항공기를 통한 질병의 신속한 전파에 대해 경감심이 고조된 것도 이번 사태에서 국제사회가 얻은 또다른 교훈이었다. 전문가들은 신종 전염병에 대한 국제 공조가 비교적 잘 이뤄졌고 사태 이후 각국의 대비 태세가 나아졌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이 뜸해지자 사스의 진원지인 광둥성에서는 다시금 야생동물 거래가예전 상태로 돌아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제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중국과 캐나다, 홍콩을 포함한 북반구가 겨울철로 접어들고 있어 사스가 언제든 재발할 여건이 갖춰져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 독감 및 폐렴 환자와의 혼동을 막기 위해 안정성과 신뢰성을 갖춘, 표준 진단법이 하루 빨리 마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최근 홍콩과 캐나다에서 사스가 재발했다고 오판해 잘못된 경보를 울렸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WHO가 최종 피해집계를 대폭 하향 수정한 것도 잘못된 진단 때문이었다. 대만에 서 발생한 환자와 사망자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상당수가 사스와는무관한 바이러스성 폐렴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됐다는 것이 WHO측의 해명이다. 학계에서는 연구 목적으로 보관중인 바이러스가 실수로 외부에 유출되거나 생물학 테러에 악용될 가능성에 대한 경고도 나오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연구소 직원이 사스 바이러스에 노출돼 감염된 점이야말로 경종을울리는 사례라는 것이 이들의 지적이다. 사스의 출처 확인과 신뢰성 있는 진단법 뿐만 아니라 백신 개발도 여전히 더딘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WHO는 백신 개발에 최소한 2년이 걸린다고 보고 있다. WHO는 바이러스를 무력화시킨 비활성백신의 첫 임상 실험은 일러도 내년 1월에시작되지만 언제 개발될 수 있을 지를 말하기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만일 사스가 재발한다면 백신 개발 과정을 가속화해 백신이 향후 2년내에 개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앞으로 대규모의 사스 발병 사례가 없다면 백신 개발은 전통적인 개발 과정을 답습해 4-5년 정도가 소요된다고 WHO는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사스 백신의 특허와 지적재산권, ▲임상실험과 라이선스를위한 특별한 법률적 고려 ▲백신 개발시 선진국과 개도국에 공히 제공되도록 할 대책 등도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제네바=연합뉴스) 문정식 특파원 jsmoo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