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치안이 갈수록 불안정해지며 이라크 재건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 민간 업체 직원들도 이라크인들의 공격의 표적이 되며 희생이 속출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인터넷판이 14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 미국 정부를 위해 일하는 민간인 9명이 이라크에서 공격을 받아 사망하고, 29명이 다쳤으며 수 십명이 이라크에서 일해달라는 정부나 회사의 요청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포스트는 또 계속되는 피해로 무장 차량, 경호원, 위험 보험금 등 안전 비용이 치솟으며 재건 사업에 들어가는 돈이 적어도 2~5% 증가하고 있다면서 10억달러 이상의 최대 규모의 재건 수주를 따낸 건설업체 '벡텔'만해도 지금까지 안전 비용으로 5천만달러가 추가로 투입됐다고 전했다. 민간 업체 직원들은 미국 주도의 과도 정부가 입안하는 재건 계획을 현실화하는 사람들로 직접 이라크 마을에 들어가 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병원 및 발전소를 수리하며 교사와 경찰관들을 훈련시키는 등 다양한 임무를 맡고 있는 이라크 재건의 실질적 '보병'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치안 상황의 악화로 각 회사들은 불안 지역에서의 사업을 연기하고, 직원 배치 계획을 재평가하고 있으며 직원들도 몇몇 지역에서는 작업을 중단하거나 거부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업체들 사이에는 또 아무리 세심하게 안전 계획을 세우고 막대한 돈을 안전에 쏟아부어도 많은 부분이 운에 달려있다는 분위기가 퍼져있다. 오죽하면 '신의 뜻대로'라는 의미의 아랍어 '인샬라'가 이들 사이에서 유행어가 될 정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각 업체들과 직원들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벡텔 그룹은 차량 2대와 무장 경호원 2명이 갖춰지지 않을 경우 직원들을 회사 건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하고 있으며, 대다수 업체는 사무실에 한쪽 벽면을 덮는 큼지막한 지도를 구비해 공격이 일어난 장소를 표시하고 있다. 직원들도 미군의 수송 행렬에 끼어 이동하거나 허름한 이라크 차량을 이용하고, 남성의 경우 수염을 기르고, 여성은 스카프에 긴 치마를 착용하는 등 나름의 안전조치를 실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 국방부의 오랜 계약업체로 안전의 중요성에 익숙해져 있는 EOD 직원 2명은 지난 2일 팔루자에서 폭탄 공격을 받아 산화했다. 또 최근 들어 공격이 더욱 거세지며 직원들을 현지에 붙잡거나 미국에서 새로 충원하는 것도 점점 어려워진 실정이다.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ykhyun1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