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남반도체에서 30년이상 일했던 기업인 정홍택씨(62)가 독립운동가 서재필 박사를 기리기 위한 현대적 박물관을 세우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아남반도체가 동부전자로 합병되면서 작년말 아남반도체 미국 현지법인 사장을 그만둔 정씨는 지난 5월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있는 서재필 기념재단 회장으로 취임,박물관 건립에 필요한 기금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서 박사는 미국에서 3·1운동 소식을 듣고 곧바로 미국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독립 의사들을 필라델피아로 소집했습니다.그곳에서 제1회 한인자유대회를 열어 독립 의식을 고취시켰죠." 정 회장은 이같은 서 박사의 독립정신을 재미동포 2,3세는 물론 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리기 위해 초라한 기념관 수준인 서 박사의 유택을 현대적 박물관으로 개축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념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서 박사의 유택은 필라델피아 남서쪽 미디아시에 있다. 이 기념관을 박물관으로 꾸미는데 필요한 돈은 40만달러 정도. 국가 보훈처가 16만달러를 지원했고 11월1일 필라델피아 동포들로부터 12만달러를 모았다. 12만달러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필라델피아에서는 3백50명의 한인들이 참석하는 대성황을 이뤘습니다.어느 노인 은 자식들이 한국 구경을 가라며 준 1천5백달러를 흔쾌히 기부해 감동을 자아냈습니다." 주미 한국상공회의소(코참)회장까지 지낸 정 회장은 기업인 출신답게 박물관 건립 후 주위의 가옥을 구입해 한국식 정원과 휴식공간을 마련,관광지로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서 박사는 독립협회를 조직하고 독립문 건립,독립신문 창간 등을 주도했습니다.서 박사의 독립정신을 후세들에게 전하는 게 저의 사명입니다." 정 회장은 박물관 건립이 시급하다며 뜻있는 후원자를 찾기 위해 곧 한국을 방문한다고 말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