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군에 대한 이라크 저항군의 공격이 급증하면서 신경이 곤두 선 미군 병사들이 취재하는 기자들을 구금하고 취재장비를 압수하는가 하면 욕설과 구타, 심지어 총격까지 가하는 등 갈수록 험악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두 달간 이같은 사례가 급증하자 AP통신 주주인 미국 및 캐나다의 1천700개 신문사 대표들은 12일 국방부에 항의대표단을 보내 이같은 "대결상황을 즉시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댈러스 모닝뉴스의 스튜어트 윌크 편집국장은 미군의 이런 행동으로 "미국 대중은 신문과 방송, 온라인 매체를 통해 이라크의 실상을 볼 수 없게 됐다"고 항의했다. 100여개국 50만명의 기자들을 대표하는 국제기자연맹(IFJ)은 지난 달 이라크 정권 붕괴 이후 기자들에 대한 구타 등 가혹행위가 증가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이라크 주재 연합군 공보실의 윌리엄 서몬드 소령은 "취재활동을 방해하지 말라는 지침이 각부대에 내려져 있으나 제대로 이행되고 있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군 당국은 이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기자들에게 취재허가증과 배지를 발급하고 있는데 전쟁 초기 임베딩(부대 배속) 기자들은 아무런 문제를 겪지 않았지만 11월 들어서만 37명의 테러 희생자가 나오는 등 미군 피해가 늘자 병사들의 초조감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특히 외국 언론에 고용된 이라크인이나 다른 아랍국 출신 기자들은 테러 현장을 촬영하다 총으로 위협받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일부는 체포돼 일시 억류되기도 한다. 취재 허가를 받고도 막상 현장에서는 총구가 머리에 겨눠진 상태에서 땅바닥에 엎드려 조사를 받는 등 무지막지한 취급을 받는 경우도 많은데 이런 경험을 가진 기자들은 "병사들이 제각각 따로 행동하며 이들 대부분은 겁에 질려 있고 경험도 없다"고 말했다. 미군 측으로부터 편파보도 비난을 듣는 아랍어 위성TV 알 자지라의 경우 긴장감은 더 하다. 이 방송의 취재진 2명은 2주 전 바그다드 시내 경찰서 폭파사건을 취재하던 중이들이 테러계획을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는 군인들에게 억류됐다가 회사측의 항의로 풀려났다. 미국의 한 주요 TV방송 뉴스 제작자는 취재팀이 최근 10차례가 넘게 장비를 압수당하는 등 위협을 당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는 총격을 당하는 것. 지난 8월에는 로이터 TV의 카메라맨 마젠 다나가 바그다드 외곽의 미군 수용시설 부근을 촬영하다 미군의 총탄에 맞아 숨졌다. 미군측은 병사들이 다나의 카메라를 유탄발사기로 오인해 총격을 가한 것이라면서 조사 결과 병사들이 교전수칙에 맞게 행동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군은 보안상 이유를 들어 자신들의 교전수칙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9월에는 AP통신 사진기자와 운전사가 미군의 기관총 사격을 받았으나 차만 부서졌을 뿐 운좋게 살아남은 일도 있었다. 이 광경을 인근 건물 옥상에서 보고 있던 AP의 다른 기자 한 명은 탱크포 공격을 받았으나 역시 다치지 않았다. AP는 미군사령부에 항의하고 사건 진상을 조사해 주도록 요청했으나 아직까지 조사결과를 통보받지 못했다. 최근 미군 시설들이 들어있는 이른바 `그린존'에서 미사일과 로켓포를 사용한 공격이 잇따르면서 미군의 경계태세는 유례없는 수준으로 고조되고 있으며 이에 따라 기자들은 프레스센터에서 열리는 기자회견에 참석하려면 90분 전에 도착해 탐지견을 동원한 장비 검색을 받아야 한다. 줄이 길게 늘어 서있는 가운데서도 경비병이 느닷없이 '건물봉쇄'를 선언하면 줄서 있던 나머지 기자들은 기자회견장에 들어갈 수가 없다. 지난 10일 로버트 힐 호주 국방장관의 회견장에 들어가려다 저지당한 기자들에게 공보담당관은 "여러분이 군대 방식을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도 나로선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바그다드 AP=연합뉴스) youngn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