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전후 이라크에서 미군 사상자가 증가하고 현지 치안상황이 악화하자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하고 정책을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은 12일 폴 브레머 이라크 최고행정관을 긴급 소환해 딕 체니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콜린 파월 국무장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국가안보보좌관 등과 함께 이라크 정세와 가능한 정책 전환 방향을 논의했다. 럼즈펠드 장관은 이날 한국과 일본 방문을 위한 출발 시간을 연기하면서 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이라크 주둔 미군 및 동맹군들이 현지 저항세력의 만만찮은 공격에 사상자들이 늘어나고 이라크인들로 구성된 과도통치위원회도 제 역할을 못하는등 전반적으로 악화된 이라크 상황에 대한 대책이 논의됐다. 또 조기에 이라크인들에게 통치권을 이양하고 미군 병력의 철수를 앞당기는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정보국(CIA)은 일급비밀로 분류된 최근 보고서에서 점점 더 많은 이라크 인들이 미국 주도의 동맹군이 격퇴될 수 있다고 보고 저항세력을 지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이 보고서를 읽은 고위 관리들은 이 보고서가 이라크의 정치 및 치안 상황이 암울하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즉시 현 정책을 바로잡는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이라크를 민주국가로 재건하려는 미국의 계획이 좌절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브레머 최고행정관도 CIA의 이같은 판단에 동의했다고 익명을 요구한 행정부 관리들은 말했다. CIA의 보고서와 브레머 행정관의 이같은 판단은 부시 대통령이나 럼즈펠드 장관 등 행정부 지도부가 지금까지 이라크 상황에 대해 밝혔던 낙관적인 평가와는 크게 상충한다. 한편 일간 워싱턴 포스트는 12일 `미국 이라크에서 권한이양 앞당기기로'라는제목의 1면 머리기사에서 익명의 고위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이라크에서 이라크인들에 대한 권한 이양을 가속화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미국이 검토중인 방안중에는 이라크에서 4-6개월내에 선거를 실시해 헌법을 제정하고 행정부를 구성할 기구를 만드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대영 특파원 kd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