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췌장암 진단을 받은 83세의 미 해군 참전용사 테드버크씨에게는 작은 소망이 있다. 내년 5월 워싱턴의 내셔널 몰에서 새롭게 들어선 제2차 세계 대전 기념 조형물의 웅대한 자태를 바라보며 현충일 기념식 행사에 참석하는 게 얼마남지 않은 생을남긴 버크씨의 바람이다. 2차대전 미군 참전용사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었던 2차대전 기념 조형물 공사 막바지 작업이 의사당과 링컨 기념관으로 이어지는 내셔널 몰에서 한창이다. 미국은 2차 대전 승리의 주역이었지만 정작 2차 대전 참전 용사를 기리는 번듯한 기념물이 없던 게 사실. 베트남 전쟁과 제1차 세계 대전, 한국 전쟁 기념 시설은갖춰져 있는 데 정작 20세기 가장 큰 전쟁이었던 2차대전 기념물이 없는 것을 두고노병들의 심기가 불편했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 같은 참전용사들의 불만에 따라 의회는 지난 93년 워싱턴 내셔널 몰에 기념조형물 설치를 승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후 수 년간에 걸쳐 대대적인 모금 행사가 이뤄졌다. 모금에는 밥 돌 전 상원의원과 영화 배우 톰 행크스 등 각계의 유명 인사들이동참했으며 뉴욕의 한 10살짜리 어린이도 저금통을 털어 193달러를 기부했다. 공사는 지난 2001년 9월 부지 조성을 시작으로 착착 진행돼, 화강암과 청동으로바닥을 장식하고 13m 길이의 아치 2개와 그보다 작은 56개의 기둥들이 타원형으로배치하는 작업이 마무리됐다. 끝부분에 각각 2개의 월계관 조각 장식이 들어간 56개의 기둥에는 미국의 각 주(州) 및 특별 지구의 이름이 새겨져있으며 두 아치는 각각 2차 대전 당시의 최대 전장이었던 '대서양'과 '태평양'으로 명명됐다. 또 조형물들로 통하는 초입에는 2차대전 승리를 위한 국내외의 노력을 묘사한청동 판화가 설치되며 조형 시설 한 쪽 끝에는 4천 개의 금색 별로 장식된 '자유의벽'이 들어선다. 금색 별은 전사자를 상징하며 별이 4천 개인 까닭은 2차대전 미군사망자 수인 40만 명을 상징한다. 이 조형 시설이 들어서기까지 찬반 논쟁도 끊이질 않았다. 주위 경관을 고려하지 않아 미관을 해칠 수 있으며 많은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던 고유의 자태가 사라진다는 게 조형물 설치 반대론자들의 주장이었다. 미 연방 대법원은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 조형물의 설치가 적법하다는 하급 법원의 판결 내용을 지지함으로써 수십만 참전 용사들의 숙원을 현실로 이뤄지게 했다. 미 보훈 당국은 이 기념 시설물을 내년 4월 일반에 공개할 계획이다. (워싱턴 AP=연합뉴스) eyebrow76@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