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회복되고 있다. 하지만 지난주 기업 실적 보도를 보면 그런 것 같지가 않다. 2∼3년 전까지 사경을 헤매던 몇몇 기업들마저 실적 개선을 발표했는데도 언론들은 온통 '그러나'라는 사족을 달았다. TV와 신문 보도들은 이랬다. ▷매출 증가,그러나 애널리스트들은 수익 증가가 비용 삭감 때문이라고 진단 ▷수익 증가,그러나 글로벌 경쟁 가열 우려로 낙관론 희석 ▷현금흐름 개선,그러나 향후 수개월이 문제. 물론 경제에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완전히 회복되기까지 많은 난관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업 대부분의 실적이 상당히 개선됐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이는 근면한 노동자들이 자축할 만하고 또 그래야만 하는 성과다. 좋은 뉴스가 나와도 '그러나'라는 말을 입에 달고 있으면 경기 회복은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지난주 나온 '그러나'시리즈 중 제록스와 루슨트테크놀로지 기사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 제록스는 회계 문제로 수백만달러의 벌금을 물고 시장점유율도 떨어져 힘든 시기를 보냈다. 하지만 2년만에 뒤집기에 성공,지난 3분기에는 수익이 18% 늘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언론에는 '비용 삭감 덕분'이라고 보도됐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인가. 사업의 생명은 혁신이지만 비용 경쟁력도 글로벌 경제에서 싸워 이기려면 못지 않게 중요한 요소다. 루슨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팻 루소 사장의 인내와 창조력에 힘입어 2000년 3월 이후(10분기 만에!) 첫 이익을 냈다. 하지만 이 소식도 '그러나' 어쩌고저쩌고로 도배됐다. 실적은 놀랍지만,'그러나' 대손충당금은 줄었다고 폄하했다. '그러나' 대신 '왜냐하면'이라고 하면 안 됐을까. 예를 들어 "놀라운 실적이다. '왜냐하면' 특히 대손충당금이 낮아졌기 때문인데 이는 경제 여건이 호전되고 리스크가 줄어든 결과다"라고 말이다. 사람들이 까탈스럽게 구는 데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좋은 기업 실적이 흔했던 1999년에는 '그러나'를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게 바로 문제였다. 당시 언론(일반인들이라고 다를 것은 없었지만)은 나무가 하늘까지 자랄 줄 알았기 때문에 기업 실적이 얼마나 공고한 것인지,주가가 영원히 오를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하지만 거품이 터지자 미디어 관계자들은 비현실적인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속부터 곪아있던 기업들의 과대선전에 속아넘어갔다고 여겼다. 이 때문에 오늘날 언론들은 좋은 뉴스를 다룰 때도 '그러나'를 달아 도망갈 곳을 봐둔다. 두번째 이유는 정치적인 것이다. 민주당과 공화당이 지금처럼 심하게 서로를 경멸했던 적은 없다. 민주당 입장에서 경기 회복만큼 악재가 어디 있겠는가. '무분별한 윤택'으로 돌아가자는 게 아니다. 그런 시절이 다시 온다는 보장도 없거니와 지난번처럼 현기증나는 경제는 좋을 것도 없다. 경시와 의심하는 법을 가르쳐준 지난 경기 호황 때 일어났던 일들을 잊자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경쟁력을 되찾고 싶다면 좋아해도 될 뉴스에까지 무차별적으로 찬물을 뿌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기업을 만드는 것은 벽돌과 시멘트가 아니라 사람들의 피와 땀 눈물이다. 최근 경기가 회복되는 것은 사람들의 힘이며 앞으로 이런 추세가 유지되느냐도 사람에게 달려 있다. 우리가 그 사람들에게 '그러나' 대신 '그래,잘했다!'라고 말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리=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 이 글은 잭 웰치 전 GE 회장이 3일자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미국 경기 회복을 의심하지 말것(Don't Second-Guess the U.S.Recovery)'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