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일 임신 후반부의 임부에게 주로 시술되는 이른바 `부분 출산'(partial birth)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그러나 낙태옹호단체들은 이 법이 산모의 건강을 위협한다며 위헌 소송을 제기하는 등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논란이 확산될 전망이다. 부시 대통령은 이 법안에 서명하면서 "오랫동안 법망이 미비해 끔찍한 형태의 폭력이 막 태어나려는 아이들에게 가해졌다"며 "마침내 미국 국민과 정부는 이같은 폭력에 맞서 무고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이 법을 둘러싼 위헌소송이 진행중인 점을 의식해 "행정부는 법정에서 이 법을 뒤집으려는 누구와도 단호히 맞서 법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백 악관은 이날 낙태를 반대했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름이 붙여진 연방건물에서 의원 400여명과 낙태반대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서명기념식을 거행했다. 앞서 미국 하원은 지난달 초 281대 142의 표차로 부분출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데 이어 상원도 지난달 21일 64대34의 압도적 지지로 이 법안을 가결했다. 이 법은 지난 1973년 여성의 낙태 권리를 헌법으로 인정한 대법원 판결 이후 연방 차원에서 처음 마련된 가장 광범위한 낙태금지 조치로, 이미 낙태옹호론자들의 위헌소송을 불러 온 상태다. 미국가족계획연맹, 전국낙태연맹, 생식권리센터 등 3개 단체는 지난달 31일 존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을 상대로 이 법안의 집행정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네브래스카, 샌프란시스코, 뉴욕 등지의 연방지방법원에 냈다. 리처드 코프 연방지법 판사는 네브라스카에서 진행된 관련 청문회에서 "새로운 낙태금지법의 집행정지 명령을 내릴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혀 향후 이 법을 둘러싼 격렬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부분출산 낙태금지법은 임신 3개월 이후 낙태시술을 위해 의사들이 많이 사용해온 `경관 확장 및 만출술(娩出術)'을 형사범죄로 규정했다. 따라서 머리 전체나 배꼽 이상이 산모의 몸 밖으로 나와 `부분적으로 출산된' 태아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로도 살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같은 시술을 하는 의사를 최고 징역 2년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부분 출산' 낙태는 임신 중기(2기) 또는 후기(3기)에 도달한 여성이 유도분만으로 태아를 몸 밖으로 일부분만 내보낸 뒤 주로 태아의 두개골에 구멍을 뚫어 낙태시키는 방법이다. 이 법 찬성론자들은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은 임시 후반기에만 적용돼 비교적 적용되는 경우가 드물 것"이라며 "특히 부분출산 낙태 시술은 산모의 건강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낙태옹호론자들은 이 법은 안전하고도 일반적으로 시술되는 낙태까지도 범죄화할 여지가 많고, 향후 전면 낙태금지 운동의 시발점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 대법원은 지난 2000년 이와 유사한 네브래스카주의 법률에 대해 5대4로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당시 위헌결정 이유는 부분출산 낙태에 관한 정의가 너무 모호하다는 것이었다. 분석가들은 부시 대통령의 부분출산 낙태금지 법안 서명은 공화당이 지난 95년하원을 장악한 이후 강력히 추구해 온 낙태금지 정책이 마침내 결실을 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부분출산 낙태 금지법에 산모의 건강을고려한 예외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2차례나 서명을 거부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