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행정부가 서면안전보장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북한이 이에 고려 용의를 표명하는 등 북-미 관계가 해빙 국면에 들어서면서 한동안 주춤했던 유럽 각국 및 유럽연합(EU)의 대북 관계 개선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EU의 대북 접근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한 것은 9월 미국의 절친한 동맹국인 영국이 북한에 의회 대표단을 파견해 6자회담 지속 가능성을 탐색할 때부터이다. 이후 독일이 의원단을 파견했고 조만간 EU 차원의 다국적 대표단이 평양을 방문할 예정이어서 북-EU 관계가 한 단계 격상될 것으로 관측된다. 영국은 지난 9월 13∼18일 캐롤라인 앤 콕스 상원 부의장 일행을 평양에 보내 6자회담(8.27∼29) 후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북-미 양측의 입장을 상대측에 전달하며중재역할을 했다. 콕스 영국 상원 의원은 그 달 23일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대북 선제공격을 하지 않겠다는 보장과 남북한 평화공존을존중해 주면 `비핵화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음을 밝혔다"고 말했다. 북한이 핵 억제력의 `물리적 공개'(10.16)와 `실물 증명'(10.18) 의사를 표시하며 대북 압박의 피치를 올리고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대북 서면안전 보장 의사를 직접 표시(10.20)한 직후인 지난달 21일에는 `영국-북한 제정당 의원단'이 결성됐다. 데이비드 알톤 상원의원과 캐롤라인 콕스 상원 부의장 등이 주도하는 이 모임결성식에서 알톤 의원은 "북한과 정치, 경제, 안보, 인도주의적인 협조와 무역 분야에서 더욱 협력하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은 2000년 12월 북한과 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이듬해인 2001년 7월 평양에대사관을 개설하면서 대북 교류를 조금씩 확대해오다 북-미 핵 교착 상태가 풀리면서 관계 증진의 폭을 넓힐 기회를 맞이한 것이다. 영국 의원단 일행이 평양을 방문하던 날 독일-북한 의원그룹 위원장인 하르트무트 코쉬크 연방의원 일행도 평양을 방문, 4박5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1일 귀국했고 EU 차원의 방북이 추진되고 있다. 영국 노동당 출신 글린 포드 EU 의회 의원이 지난 3월에 이어 10월 7∼14일 평양을 방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위원장을 만나고 돌아갔고 조만간 현 EU 의장국인 이탈리아와 차기 의장국인 아일랜드 등 여러 나라 대표가 참가하는 방북단이 구성될 예정이다. EU 15개 회원국 가운데 아직 아일랜드와 프랑스가 북한과의 수교를 미루고 있어이번 EU 대표단 방북을 계기로 이들 나라와 북한 사이의 관계가 개선될지 주목된다. EU 대표단의 방북은 북-미간 핵 타결을 계기로 북한에 대한 지원과 투자를 모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으며 이는 노무현 대통령과 윤영관 외교부장관 등이잇따라 밝히고 있는 핵 문제의 `포괄적 해결'과 일맥상통한다. 유럽 각국 및 EU 차원의 대북 관계 개선 속도가 빨라지는 것은 1999년말 미국이`페리보고서'를 계기로 대북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하는 등 대북 관계 개선에 나선직후 이탈리아가 2000년 1월 북한과 전격 수교한 때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오고있다. (서울=연합뉴스) 강진욱기자 kj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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