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분업에 거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 제조업이 보다 저렴한 비용구조를 갖춘 지역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핵심 분야인 정보기술(IT)산업이 성숙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현상이다. 제조업체가 몰리는 분야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 저비용 구조의 핵심은 풍부한 노동력과 거대 시장이다. 매년 1억명 이상의 서부지역 노동력이 도시로 몰려들고 있다. 중국 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는 이유다. 여기에 지난 20여년 동안 추진된 개혁개방의 효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선진 기업들이 중국 소비자를 잡기 위해 고급 상품을 중국에 쏟아붓고 있다. 중국 내 제조업이 몰리는 곳은 동부 연안지역이다. 동부지역은 '국제무역의 지리적 효과'가 뛰어나다. 미국 일본 등 대부분 선진국의 발전과정에서 해안지역 도시가 먼저 발달한 것이 이를 보여준다. 동부 연안에서 제조업 기반과 소비시장을 갖춘 지역은 크게 3곳.베이징을 위주로 한 북부 보하이(渤海)만 지역,상하이가 주도하고 있는 창장(長江)삼각주지역,광둥(廣東)성의 주장(珠江)삼각주 지역 등이다. 이들 3곳은 경쟁력 차이가 뚜렷하다. 발해만 지역은 해안 깊숙이 자리잡고 있어 국제 항로와 단절됐다는 단점이 있다. 이곳 사람들은 전통적인 의식이 강해 비즈니스에 필요한 창의력이 결여되어 있다. 물(水)자원이 부족한 것도 결점이다. 주장삼각주는 국제항로와의 연결 조건은 뛰어나지만 중국 내부지역과는 단절됐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광둥성은 북부와 서부가 모두 산으로 막혀있다. 중국 내수시장 공략에 문제가 많다는 얘기다. 광둥지역은 상업(교역)에는 뛰어나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아쉬움도 있다. 상하이 주변 창장삼각주 지역은 중국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접점에 자리잡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내륙으로는 양쯔(揚子)강으로 연결, 저장(浙江)과 장쑤(江蘇)성에 무한한 제조업 배후도시를 거느리고 있다. 동쪽으로는 태평양과 맞닿아 있어 해양으로 진출하기가 쉽다. 국제 분업에 참여하기에 좋은 조건이다. 그러기에 상하이의 비즈니스 문화는 기본적으로 '국제화'속성을 갖는다. 지금 창장삼각주 지역으로 세계 다국적기업이 몰려들고 있는 것은 이 같은 경제 지리 문화적인 조건을 노린 것이다. 창장삼각주는 상하이를 비롯해 쑤저우 항저우 우시 닝뽀 등 15개 도시를 일컫는다. 이 곳은 전국 면적의 1%,인구의 5%에 불과하지만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중국 전체의 20%를 차지하고 있다. 1인당 평균 GDP는 3천달러로 전국 평균의 3배에 달하고 있다. 중국은 이들 도시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육성하고 있다. 중국정부는 상하이 지역을 동북아의 경제 무역 물류 금융 중심지로 양성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세계 최대 규모의 양산(洋山)항 개발이 진행되고 있고, 상하이와 닝뽀를 연결하는 해상교량도 건설중이다. 다만 상하이가 동북아 금융중심지로 성장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없지 않다. 중국 금융시스템 부실의 원인인 국유(국영)기업 적자문제가 여전하고,자본의 유출입에 엄격한 제한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은 최근 열린 제16차 3중전회에서 외국자본을 주요 경제구성 요소로 인정했다. 앞으로 외국기업들의 중국 내 활동반경은 더욱 넓어지게 될 것이다. 정리=상하이 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 ◇이 글은 푸단(復旦)대학교 세계경제연구소 소장 화민 교수가 최근 주상하이 한국영사관 주관으로 열린 '21세기 중국경제와 상하이'포럼에서 행한 주제발표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