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쌍둥이 딸의 졸업 축하 때문에 이미 오래 전부터 예정됐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 연기를 뒤늦게 요청해 물의를 빚고 있다고 28일 독일 언론이 보도했다. 공영 ARD 방송은, 나토가 당초 내년 5월 21-22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개최키로확정돼 있던 회원국 정상회담 일정을 미국의 요청 때문에 포기할 상황에 있음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미 방과 식사 등이 예약 주문돼 있으며, 참가국 정상들의 일정을 조정하기가쉽지 않은 상황에서 하필이면 최강대국인 미국의 대통령이 연기를 요청해 나토가 고민하고 있다고 ARD는 전했다. 미국 측의 연기 이유에 대해 나토의 한 관리는 "바로 이날이 부시 대통령의 쌍둥이 딸들의 대학 졸업일"이라면서 "자랑스러운 아버지가 당연히 `딸나미들'과 축하의 시간을 가지려 하기 때문"으로 설명했다고 ARD는 덧붙였다. 이에 따라 나토는 5월 중 다른 날로 개최일을 바꾸려 했으나 5월 1일 자로 유럽연합(EU)에 동구권 등 10개국이 새로 가입하고, 나토에도 7개국이 추가 가입하는 데따른 여러 행사들이 예정돼 있어 5월 중에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나토는 일단 내년 6월 29-30일로 한 달 이상 연기하는 대안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이 방안 역시 참가국 정상들의 일정 조정이 쉽지 않다는 문제에 부닥쳐 있다. 이와 관련해 시사 주간지 슈피겔은 "부시 대통령이 나토 정상들보다는 딸을 우선시 한다"면서 "때로는 사소한 일들이 국제정치를 결정한다"고 비꼬았다. (베를린=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