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을 일으킨 과정을 조사중인 미상원 정보위가 중앙정보국(CIA)을 포함한 정보기관들이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WMD)와 테러위협을 과장했음을 보여줄 보고서를 작성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인터넷판이 의회 소식통들을 인용해 2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놓고 또 한차례 격랑이 일 것이 확실시 돼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따르면 미 상원 정보위 조사위원들은 이라크의 WMD 능력및 사용의도를 평가한 2002년 10월판 국가정보보고서 내용이 정황증거와 단일소스및 부실 정보를 토대로 작성되는 등 이라크 관련 정보의 수집.평가 과정에서 상당한문제점이 발견됐다. 의회 소식통들은 상원 정보위가 작성중인 이라크 보고서는 하원 조사위가 별도로 작성해 현재 완성단계에 있는 보고서보다 더욱 가혹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게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보고서에는 CIA 이외의 다른 기관의 경고는 무시되기 일쑤였다는 내용을 비롯해 초기 정보문건에 포함된 거친 정보가 여과되지 않은 채 최종 보고서에 그대로포함된 사례 등이 기술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위 조사팀은 이 보고서 작성을 위해 지난 6월부터 19권에 달하는 각종 비밀문건 자료집을 정밀검토하고 CIA, 국무부, 국가안보국(NSA), 국방정보국(DIA),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의 정보분석가, 과학자, 전문가 등 100여명을 면접했다. 이와 관련, 공화당 소속인 패트 로버츠 상원 정보위원장은 "부시 행정부는 정보기관들로부터 잘못된 정보를 제공받았다"며 "행정부에 제공된 정보들은 가끔은 적당히 꿰어 맞추거나 핵심이 없는 것들이었다"고 인정했다. CIA의 빌 할로 대변인은 그러나 "10년동안 이라크의 WMD 프로그램을 예의주시해왔으며, 이라크 정보는 국내외의 수많은 소스를 통해 수집했다"며 상원 조사위는 정보당국이 결론을 도출한 경위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상원정보위는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관련 각종 발표문에서 이들 부실정보를 어떻게 활용했는 지에 대한 조사방법을 놓고 공화.민주 양당간에 의견이 심각하게 엇갈리고 있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공화당인 로버츠 의원은 "(보고서가 공개될 경우) 정보기관들의 신뢰성이 타격받을 수 있고, 특히 광범위한 대테러작전이 해외 각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정보기관 종사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존 제이 록펠러 의원(웨스트버지니아)은 "로버츠 의원에게 행정부 한 곳과 국방부, 특히 국방부내의 이라크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해 온 특수계획실에 대한 조사 약속을 받아냈다"고 말했다. 특수계획실은 일부 민주당 의원들로부터 이라크 전쟁의 명분을 뒷받침한 신뢰할수 없는 정보를 수집해 왔다는 비난을 들어왔다. 이와 관련, 민주당 지도부는 공화당측 조사위원들이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딕체니 부통령,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 등이 이라크의 위협을 과장했는 지 여부에관한 조사를 방해하기 위해 정보당국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데만 치중하는 것을 경계하라고 록펠러 의원에게 주의시키고 있다고 포스트는 전했다. 포스트는 또 "상원 조사위원회가 행정부 전반에 관한 조사권을 갖고 있는 지 여부는 불분명하다"며 "더욱이 부시 행정부는 행정특권을 내세워 백악관 내부 토론내용에 관한 정보제공을 거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부시 행정부는 9.11 테러와 관련한 의회 조사 과정에서 부시 대통령이 9.11 테러전에 알-카에다와 민항기의 테러활용 가능성과 관련, 어떤 정보를 받았는 지를 밝히지 않았다. 아울러 이번 조사의 공정성 문제를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로버츠 의원은 "조사대상자중 어느 누구도 행정부의 눈높이에 맞춰 일하라는 압력을 받았다고 말한 사람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다른 일부 조사위원들은 "인터뷰중에 상급자가 배석해 자유롭게 말할 수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 공개시기에 대해 로버츠 의원은 "현재 95% 정도 완성됐다"고 말했으나 조사 확대를 주장하는 록펠러 의원 등은 "보고서는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올해안에 완성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