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차 중동전쟁(6일 전쟁)때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미 해군 함정 리버티호가 격침된 사건과 관련, 당시 린든 존슨 대통령과 로버트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우발적 사고로 결론짓도록 조사팀에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리버티호 사건은 1967년 6월8일 이집트 근해에서 임무수행중이던 미 해군 정찰함인 리버티호에 이스라엘군이 전투기와 어뢰정을 동원한 공격을 가해 침몰시킨 사건이다. 당시 미군 병사 34명이 사망하고 170여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은 사건직후 이집트 함정으로 오인해 격침시켰다고 주장했고, 당시 미조사팀은 이스라엘군의 공격동기가 불분명하고 의도적 공격이었는 지 여부도 판단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사실상 `우발적인 사고'라는 판단을 내렸다. 1967년 당시 법무감실 요원으로 해군 조사팀에 참여했던 워드 보스톤 예비역 해군 대령은 22일 미 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공개된 자필진술서에서 "이스라엘군이 미군 함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 공격했다는 증거가 많았지만 존슨 대통령과 맥나마라 국방장관이 그 반대의 결론을 내리도록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동안 이런 사실을 폭로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명령을 따라야 하는 군인이었기 때문에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던 것"이라며 리버티호 참사를 우발적 사건이라고 묘사한 책이 최근 출간된 뒤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을 마련한 토머스 무어러 전 합참의장(예비역 해군대장)은 "리버티호 사건은 미국식으로 은폐된 사건중의 하나"라며 "미국 정부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미국의 이익보다 이스라엘의 이익을 우선시했는 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무어러 전 제독은 리버티호 사건 당시 해군 작전참모부장을 지냈다. 그는 그동안 이스라엘이 리버티호가 미군 함정임을 알고 의도적으로 공격했다며 옛 전우들을 모아 사설조사팀을 꾸려 진상규명 노력을 계속해 왔다. 보스턴씨은 기자회견문에서 "존슨 대통령이 무슨 이유로 사건은폐를 지시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며 "그러나 존슨 대통령은 진상조사가 유대인 유권자들의 표심에 나쁜 영향을 줘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무어러 전 의장이 이끌고 있는 조사팀은 이스라엘이 리버티호를 공격한 것은 사건의 책임을 이집트에 덮어 씌워 제3차 중동전쟁에 미국의 개입을 유도하려는의도가 작용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주 워싱턴 이스라엘 대사관의 마크 레게브 대변인은 "리버티호 사건은 이스라엘군이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적함을 공격하고 있다고 착각해 빚어진 끔찍한 사고가분명하다"며 이날 기자회견 내용을 전면 반박했다. (워싱턴 AP=연합뉴스) parksj@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