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아일랜드 신교 세력이 21일 '투명성'이 결여 됐다며 구교 준군사조직인 아일랜드공화국(IRA)의 무장해제 방침을 거부해 해결 기미가 보이던 북아일랜드 평화협정 이행이 불투명하게 됐다. 신교파 최대 정당인 얼스터연합당(UUP)의 데이비드 팀블 당수는 이날 IRA의 무기 '퇴역'작업에 투명성이 결여됐다면서 폐기한 무기의 정확한 목록, 폐기방법의 공개와 IRA의 완전한 무장해제 약속 등을 요구하며 IRA가 북아일랜드의 안정에 위협이 되는 한 구교파 정치조직 신페인당과 협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UUP는 내주 모임을 갖고 이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이날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구성을 위한 자치의회 선거를 다음달 26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UUP의 이같은 입장으로 평화이행 작업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아일랜드 무장해제 과정을 감독하고 있는 캐나다의 퇴역장성 존 더 샤틀랭은 이와 관련해 자신이 자동화기 및 폭발물을 포함한 상당한 양의 IRA 무기가 '모처'에서 폐기되는 것을 지켜봤다면서 이들 무기는 지난 2001년과 작년의 무장해제시 제거된 양보다 많다고 전했다. 더 샤틀랭 장군은 그러나 IRA는 자신에게 관련된 무기의 종류 및 수량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누설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면서 이같은 비밀주의가 '협상 결렬'의 원인이라고 비난했다. 한편 이날 벨파스트에서 회동한 토니 블레어 총리와 버티 어헌 아일랜드 총리는 UUP의 이같은 입장표명으로 권력분점을 통한 북아일랜드의 평화구축 작업이 후퇴할 것에 우려를 나타냈다. 양국 총리는 하지만 "우리는 북아일랜드의 역사적인 날에 매우 가까이 있다"면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길 희망하며 시간이 조금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북아일랜드 신교와 구교는 지난 1998년 체결한 북아일랜드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협정)에 따라 이듬해 자치정부를 구성하는 등 평화정착 수순을 밟았으나 지난해 10월 IRA가 테러목표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사실이 불거지면서 불안한 동거체제가 무너진 바 있다. (벨파스트 AP.dpa=연합뉴스) ykhyun14@yna.co.kr